멕스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사는 직장인 카를로스 페르난데스씨(38). 요즘 주말이면 두 아들과 함께 홈시어터로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빈부 격차가 심한 멕시코에서 고급 영상기기와 홈시어터 제품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200∼300달러의 저가 홈시어터 제품이 보급되면서 카를로스처럼 가족들과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멕시코에는 코스트코·월마트는 물론이고 멕시코 현지 업체인 셰드로이소리아나 등 대형 마트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 마트의 매장을 주도하는 품목은 단연 홈시어터 제품이다. 삼성전자·소니·파나소닉·필립스 등의 홈시어터가 매장 앞줄을 장식하고 있으며 70달러대의 보급형 DVD플레이어도 나오고 있다.
홈시어터와 함께 멕시코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휴대폰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MP3폰·디카폰이 단연 인기. 멕시코 공연 콘서트 장소에 가보면 휴대폰을 들고 음악을 녹음하거나 콘서트 장면을 촬영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구 1억명을 헤아리는 멕시코에서 휴대폰 이용자는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4500만명. 특히 지난해 연간 휴대폰 판매량이 2000만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전체 이용자의 44%가 기존 휴대폰을 교체하거나 신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멕시코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노키아·모토로라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LG·팬택 등 우리나라 제품이 대부분 현지 생산공장에서 조립돼 수입 물량으로는 많이 잡히지 않고 있지만 부품 수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TV(PDP TV·LCD TV) 등 첨단 대형 TV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기능 MP3플레이어도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인구가 많고 첨단 기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 멕시코는 여러 면에서 전자 수출의 요충지다. 지리적으로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전략적인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 42개국과 FTA를 체결하는 등 교역의 거점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멕시코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고급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미국이, 저가 보급형 제품은 중국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KOTRA 멕시코시티 무역관에 따르면 홈시어터 및 DVD플레이어의 경우 지난해 멕시코 수입 시장 3억7400만달러 규모 가운데 중국산이 무려 77%인 2억8900만달러나 잠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시장 역시 미국과 중국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브랜드 등 각 부문에서 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KOTRA 멕시코시티 무역관장은 “멕시코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소득 수준별 소비자층 공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멕시코는 극심한 빈부 격차로 상류층과 중하류층으로 소비 시장이 극단적으로 양분화돼 있어 제품의 사양과 디자인도 명확하게 구분해 타깃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한국산 제품을 중국산 저가 제품과 동일시하는 소비자도 많은만큼 브랜드 이미지 개선 노력도 요구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멕시코 주요 전시회에 적극 참가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경쟁사 동향을 차분하게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철저한 AS 체계 구비도 필수적이다. 현지 진출하지 않은 기업은 전국 판매망이 있는 현지 에이전트나 디스트리뷰터 등을 통해 AS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