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2002년 신화재현 희망을 키우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종주국인 로봇축구에서는 실망만 커지고 있다.
국제대회인 FIRA컵에서는 중국 기세에 눌려 지난 2003년 이후 한 번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FIRA컵 위상도 일본이 경쟁적으로 만든 로보컵에 밀리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로봇축구는 지난 95년 김종환 카이스트 교수가 처음으로 창안, 우리가 종주국이다. 하지만 10년 사이 주변의 무관심과 이웃 나라의 약진으로 종주국 입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로봇축구 종가=우리나라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2003년 이후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2004년 대회에서는 동메달조차 따지 못했다.
실력이 떨어진 데는 저변이 줄어든 탓이 크다. 대학팀이 1∼2년 새 30∼40개에서 25개로 줄었다. 확산에 열을 올리는 중국 등과는 사뭇 반대되는 분위기다.
99년 대회 우승자였던 김병수 로보티즈 사장은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든지, 기초기술 대신 실리에 직결된 연구를 하려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며 “순수 아마추어 정신과 기초과학 교육의 의미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IRA컵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한창 때는 51개국까지 참여했으나 올해는 17개국 50팀뿐이다. 비슷한 기간에 일본 주도로 열리는 로보컵은 36개국 440개팀이 참가한다. 소니 같은 대기업이 뒤에서 밀어주는 덕이다.
특히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교육용 로봇키트 업체 하늘아이 장중언 사장은 “국가 과학보급 사업 차원에서 중국의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로봇을 정식교과에 편입하려는 시도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기세로 중국은 2001년 베이징 대회 8종목 우승을 신호탄으로 하얼빈공대 등 강자를 앞세워 2년째 최다 우승 기록을 잇고 있다.
◇종주국의 위기, 돌파구는?=학생들의 흥미 저하와 정부·기업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다. 대기업(소니)과 국가기관(공산주의청년단 등)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본·중국에 비해 KAIST의 쌈짓돈으로 로봇축구협회를 운영해왔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도 많다.
로봇축구가 대중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콜드게임제 도입, 수비 로봇 수 제한, 휴머노이드 게임 신설 등으로 흥미를 유발하려는 노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환 교수는 “우리도 로봇에 대한 국가 관심은 높지만 부처 간 실적 이기주의로 기존의 세계적 브랜드인 FIRA에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며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과학교육 차원에서 로봇축구 팀을 지원하는 산업 진흥 및 교육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etnews.co.kr
로봇축구는=영상 처리와 무선통신 기술로 로봇을 인식하고 협동 알고리듬으로 여러 대의 로봇을 움직여 골을 넣는 전통적인 종목(미로솟)과 사람 모양의 휴머노이드가 발로 공을 차는 새 종목(휴로솟) 등 8종목이 있다. 10년 새 기술이 발전해 로봇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고 회전을 준 프리킥도 등장했다. 3-4-3, 4-4-2 등 고급 전술도 등장한다. 이번 월드컵 상대국인 프랑스·스위스는 로봇축구를 많이 하지 않는다. 축구강국 브라질은 우리에게 23 대 0으로 패배한 전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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