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자 수출 이곳이 블루오션](5)사우디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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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인의 지갑이 두툼해졌다.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오일 머니가 넘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석유로 벌어들인 것만 1500억달러. 우리나라 올해 전체 예산 144조원과 맞먹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성장률은 6%에 달한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우디아라비아인이 발길을 옮기는 곳은 디지털 가전 매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큰 전자 매장인 엑스트라에는 전 세계에서 건너온 첨단 가전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LG·삼성 제품도 매장 앞쪽을 차지하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자산업 생산 기반은 취약한 편이다. 에어컨·냉장고·컬러TV 등 일부 전자제품만이 외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자국에서 생산되고 있을 뿐 디지털TV·LCD모니터·평판디스플레이·휴대폰 등 최신 기술의 첨단 디지털 전자제품 생산시설은 전무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전자제품 연간 수입 규모는 2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커졌다. 아직 지난해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매년 20∼30%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중요한 시장임은 틀림없다.

 우리나라 제품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등을 계기로 제품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월드컵 효과에 힘입어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가전 부문 1위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70·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 건설붐을 일으켰던 우리나라 기업은 이제 첨단 디지털 분야에서 제2의 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독일의 고급 브랜드 마케팅에 협공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수입 시장에서 중국은 14.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사우디아라비아 소비자는 중국 및 태국산 저가 제품을 선호하고 전체 인구 2300만명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고급 브랜드를 사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4대 상권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리야드·카심·타부크 등 중북부지역 시장(35%), 제다·메카·메디나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지역 시장(35%), 동부지역(15%), 남부지역(15%)에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또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과 하지 기간을 중심으로 판매 정점기에 돌입한다. 이 기간 판매량이 연간 물량의 절반에 이르기 때문에 수입 및 유통업체는 보통 3∼4개월 전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국 기업이 유통업에 단독으로 진출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유통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에이전트가 중심이 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범위가 올해 51%, 2008년에 75%까지 보유 지분 한도가 상향될 예정이지만 에이전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공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선화 KOTRA 해외조사팀장은 “언어·제도·관습 등이 다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신뢰성 있는 에이전트 발굴이 필수적”이라며 “에이전트의 활동을 최소 6개월가량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KOTRA 리야드무역관에 따르면 공급 후 부품조달, AS 지원 등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 제품은 AS 및 제품 보증에서 독일 등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TV 광고가 가장 효과가 높다. 전체 광고 시장에서도 TV 광고가 71%를 차지할 정도. 그러나 국왕 동정과 종교 방송 위주의 국영방송보다는 다양하게 보급돼 있는 위성방송 채널에 광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축구경기, 경마 및 낙타경주나 기타 스포츠 행사의 후원자로서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현지 마케팅에 더 없이 유리하다.

 권용석 리야드무역관장은 “풍부해진 오일 머니로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디지털 IT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