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역사가 우리에 비해 깊은 미국은 그 내용 역시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현재 국내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형태보다 체계적이며 전체 복지서비스 프로그램 속의 한 분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국내 IT기업과도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인텔의 경우만 봐도 미 퇴직연금제도의 체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인텔의 복지혜택은 △의료혜택 △유급휴가 △퇴직관련 지원 △기타 혜택 △생명·상해 보험 등 대략 5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인텔의 퇴직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히 퇴직 후 노후자금 지원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퇴직 후 삶에 대한 전반전인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아직 단순 퇴직금 지원 형태에 머물고 있는 국내 퇴직 지원제도와 가장 큰 차이다.
인텔의 퇴직 관련 지원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익배분(Profit Sharing) 제도 △401K 제도 △확정급여(DB) 제도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수익배분은 국내의 인센티브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기업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퇴직연금 형태로 적립한 후 직원별 근속연수 등에 근거해 배분하는 것이다.
퇴직기여(DC)형으로 볼 수 있는 401K는 해당 계좌에 직원이 자신의 급여 중 일정 부분을 적립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소득공제와 과세이연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401K는 직원 적립분에 대해 일정 부분을 회사가 추가로 적립해주는 프로그램도 포함하나 인텔은 이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인텔은 DC형에 해당하는 401K를 적용하면서 DB형도 추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DB와 DC를 동시에 채택하여 운용하고 있는 회사가 있지만 인텔의 DB형 제도는 직원 가운데 DC형을 원하지 않는 일부 직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 한 명이 401K와 DB를 동시에 선택·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지녔다. 이처럼 근로자가 DB·DC형을 둘 다 선택하는 것은 아직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인텔의 DB형 제도도 수익배분 제도에서 적립된 계좌로 최소 수준의 퇴직 후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에서는 일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내 동종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 델,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401K 제도는 운영하지만 DB형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들 기업은 근로자 적립분에 대해 각 사별로 일정 한도 내에서 50∼100%까지 회사가 추가 적립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처럼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국내 제도와 비교하면 훨씬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또한 제도 운영범위뿐 아니라 보다 큰 시각에서 직원의 퇴사 이후 복지 부분까지는 포함한다는 점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미국 IT기업이 적용한 퇴직연금제도가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얼마나 자사 환경에 맞는 방식을 설계하고 적용하느냐다. 따라서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앞서 충분한 사전 준비와 검토작업을 거쳐 적절한 연금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퇴직연금제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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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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