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책상 위에 두세요"

"스토리지, 책상 위에 두세요"

 박정석씨(27·대학생)는 미국 드라마 마니아다. 스몰 빌·24시·NCIS와 같은 인기 드라마 시리즈물을 빠짐없이 챙기고 이를 DVD로 저장하는 게 즐거움이다. 그러나 DVD에 저장하고도 볼 때마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결국 1테라바이트(TB·1000GB)급 대용량 저장장치를 구매하면서 이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CD 1500장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는 박씨에게 꼭 필요한 디지털 장비가 되었다.

 ‘홈 스토리지’ 시장이 열리고 있다.

 가전제품이 점차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고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크게 늘면서 아예 집 안에 전용 스토리지 공간을 마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은 마니아 중심이지만 점차 스토리지 분야 대표 시장의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를 겨냥한 네트워크 기반 홈 전용 제품까지 잇따라 선보이면서 ‘스토리지 시스템=기업 전용’이라는 명제도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가정용 스토리지 ‘봇물’=엔터프라이즈급 전용 제품으로 알려진 대용량 저장장치가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네트워크를 통한 게임과 자료 공유 등 데이터 전송이 빈번해지고 영상·음성·오디오·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용량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매체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

 이위더스는 최근 가정과 소규모 사업자 시장을 겨냥한 100만원대 1TB 제품 ‘테라 스테이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리눅스를 탑재해 보안성을 높였으며 가격대를 낮춰 대용량 작업이 필요한 기업과 마니아를 겨냥했다. 설치할 때 추가 소프트웨어 없이 네트워크에 맞물리는 것만으로 작동하며 크기는 소설책, 소음은 노트북PC 수준으로 일반 가정에 두어도 별 무리가 없다.

 맥스터코리아도 유무선 네트워크 기반의 ‘쉐어 스토리지’를 출시하고 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쉐어 스토리지’는 자동 네트워크 구성으로 설치가 간편하며, 설치가 끝나면 각 PC 바탕화면에 공유와 개인 네트워크 폴더가 자동으로 만들어져 간편하게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다.

 인텔도 최근 디지털 홈을 겨냥한 스토리지 플랫폼 판매를 시작했다. 화이트박스 형태의 인텔 ‘SS4000-E’는 기가바이트 이더넷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 가능하고 최대 네 개의 SATA 하드디스크를 지원한다. 책꽂이에 들어맞을 만큼 작은 크기지만 최대 2TB 용량을 제공한다.

 이 밖에 세계적인 하드디스크 업체 시게이트도 개인용 서버 ‘미라 싱크·쉐어 퍼스널서버’를 내놓고 수요몰이에 나선 상황이다.

 ◇‘1GB=1000원’시대=홈 시장까지 스토리지가 진출한 데는 탄탄한 네트워크와 추락하는 하드디스크 가격이 한몫 했다.

 홈 스토리지는 PC 내부의 하드디스크나 개인용 저장장치로 많이 사용하는 USB 제품과 달리 네트워크와 맞물려 사용할 수 있는 ‘NAS(Network-Attached Storage)’ 기반 제품이다. NAS는 손쉽게 저장 공간을 늘리고 파일을 공유하며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

 용량도 수백기가에서 2테라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홈 네트워크로 PC를 여러 대 연결하고 오디오·비디오 같은 디지털 제품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재택 근무까지 가능하다. 온라인게임업체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박상준 주임은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집에 설치해 자택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며 “동료 디자이너가 작업한 디자인을 웹 하드를 통해 집에 있는 네트워크 스토리지로 올려놓고 퇴근 후 집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크게 떨어지면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이위더스가 출시한 1TB NAS는 가격이 불과 100만원대다. 1GB 가격이 1000원에 불과한 셈.

 박세원 이위더스 사장은 “디지털 사진·동영상과 음악은 기가바이트 단위의 용량이 필요하고 다시 찍을 수 없는 결혼사진같이 점점 더 가치있는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백업 용도로도 홈 스토리지 제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은 오는 2009년까지 홈 스토리지 수요가 매년 15∼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