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예순부터라지만 실제 그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이경준 에이스안테나 사장처럼 치열한 경영일선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란 더욱 어렵다.
1948년 생으로 올해 쉰 여덟인 이 사장은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체신부와 KT에서 30년 이상 통신 업무를 해 왔다. KT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KTF 사장과 KT네트웍스 사장을 역임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거뒀지만 이 사장은 2002년 히딩크 감독처럼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이 사장이 원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제대로 된 경영을 더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다.
“KT네트웍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몇 군데에서 고문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실 편안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의사결정이 빠른 민간기업에서 미약하나마 그동안 쌓은 경영 노하우를 다시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이 사장은 에이스테크놀로지에서 분사한 에이스안테나 사장 공모를 보고 그 결심을 굳혔다. 에이스안테나는 국내 굴지의 통신회사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이지만 자신의 통신 업계 경력에 26년 동안 안테나라는 한 우물을 파온 전문 기업의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겨우 두 달이 지났지만 에이스안테나가 갈 항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목표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국내시장에만 목 매달고 있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이미 메이저 휴대폰 업체와 접촉을 시작했고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됩니다. 올해 매출 목표 500억원 가운데 절반은 해외에서 거둬들일 계획입니다.”
해외 진출과 더불어 중요한 화두는 사업 다각화다. 안테나 하나에 집중하면 전문성은 쌓이겠지만 위험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 사장은 이미 DMB 수신기를 개발, 시장에 내놓았고 전자태그(RFID) 분야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안테나 기술이라는 핵심 자산은 그 밑거름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은 에이스안테나에 글로벌스탠더드 조직문화를 심고 싶어 한다. 전체 직원 270여명 중 연구개발 인력만 100명에 이를 정도로 기술력은 탄탄하지만 이 사장은 성과관리나 인사·회계 등이 여느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는 점을 아쉬워 한다.
“연말까지 조직 문화를 일신할 생각입니다. 직원 반발도 예상되지만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단련 과정입니다.”
은퇴를 고민할 시기에 다시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이경준 사장은 에이스안테나의 미래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