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82인치 초대형 패널을 본격 양산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제4의 디스플레이 황금어장으로 떠오른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82인치 LCD 모듈은 DID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TV 세트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초대형 LCD TV 시장이 형성되면, 여기서도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이중포석으로 해석된다.
DID와 초대형 LCD TV는 현재 공급 과잉 기미를 보이고 있는 LCD 패널 시장에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해 삼성전자 LCD 패널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82인치 패널의 초기 수요처인 DID 사업을 중소 디지털TV 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최근 고전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도 제공할 전망이다.
◇82인치 패널 왜 서두르나=삼성전자의 82인치 패널 양산 방침은 최근 공항·박물관·지하철 역사·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DID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2010년까지 DID 시장 규모가 29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함께 TV에 이어 향후 전개될 DID 표준화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반영됐다.
특히 미래 시장으로 예상되는 DID 진입은 당장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 세계적 LCD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수익성 악화 등 되풀이되는 악순환 구조에서 탈피하는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초대형 LCD TV 시장도 겨냥=삼성전자는 현재 82인치 LCD 패널을 양산하더라도 DID용 모듈 외에 당장 TV 세트로 제작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모듈이 만들어지면 TV 세트 제작은 기술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아 TV 시장 진출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실제 82인치 패널은 40인치 패널 4장을 소화하는만큼 40인치 TV 4대 가격보다 82인치 1대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면 수요가 많지 않아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40인치 TV 한 대가 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82인치가 1500만원대에만 형성돼도 시장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평광판·백라이트유닛 등 초대형 TV용 부품 개발 비용, 82인치 패널의 초기 수율 등을 감안할 때 82인치 TV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초대형 LCD TV와 관련한 규모의 수요가 발생하느냐 하는 것이 사업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소 DTV 업계와도 상생=삼성전자가 DID 사업을 국내 중소 DTV 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키로 함으로써 최근 가격 급락으로 컨슈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소 DTV 업계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DID 시장은 아직 초창기 틈새시장이어서 국내 중소 DTV 업체들이 선점할 경우 향후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중견 DTV 업체 디보스는 최근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57인치 DID 사업에 나선 데 이어 삼성전자의 82인치 패널을 받아 82인치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 하스퍼·디콘 등 중소 DTV 업체들도 삼성전자 82인치 패널을 받아 이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심봉천 디보스 사장은 “DID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과 다름없다”며 “앞선 패널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면 국내 중소 DTV 업체 가운데 세계 1위 기업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지영·김원배기자 jyajang·ad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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