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성공신화, 우리가 만든다](11)위즈네트

이윤봉 사장(오른쪽)이 연구원들과 반도체 칩 성능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윤봉 사장(오른쪽)이 연구원들과 반도체 칩 성능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위즈네트(대표 이윤봉 http://www.wiznet.co.kr)는 세계 최초로 TCP/IP를 칩으로 구현한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 업체다.

TCP/IP는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어디로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정의하는 규격으로, 보통 MS의 윈도 같은 운용체계(OS)에 기능이 포함돼있다. 위즈네트는 OS를 탑재하기 힘든 셋톱박스나 독립형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같은 전자제품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TCP/IP를 별도의 칩으로 만들었다. 위즈네트의 칩을 사용하면 OS가 없어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 OS를 구동하기 위한 메모리와 연산장치가 필요없다.

창업 당시인 8년 전에는 인터넷이라고 하면 무조건 PC를 연상시켰지만, 최근 홈네트워크 시장 확산과 유비쿼터스 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가전제품에서도 인터넷이 필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칩과 같은 하드웨어 장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능을 구현할 때보다 안정적이고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에 DVR과 같은 보안용 제품에도 제격이다. 그런 만큼 위즈네트가 겨냥하는 시장은 PC를 제외한 모든 전자제품이다.

지난 해 말 개발한 ‘W3150A’의 경우에는 MP3 플레이어 등 휴대형 단말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MP3 플레이어 업체들과도 테스트를 거쳐 양산을 준비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는 W3150A의 월평균 생산량이 1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위즈네트가 독특한 것은 아이템만이 아니다. 사업 방식도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방식이다. 위즈네트의 고객은 전 세계 1000여 개 업체로, 일일이 다 세기도 힘들다. 직원 20명의 작은 회사가 1000여 개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그것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서다. 위즈네트의 TCP/IP 칩은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칩인 반면, 이 칩을 생산하는 곳은 위즈네트가 유일하다. 이러한 요소를 부각시켜 마이크로칩과 같은 MCU 업체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제휴를 하고 이들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칩 생산 뿐 아니라 완성품 제안용 보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위즈네트는 부산대 네트워크 연구실에서 출발한 벤처기업으로, 네트워크에 관해서라면 어떤 업체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위즈네트의 기술은 국내외에서도 인정받아 국내 3대 기술상이라고 불리는 우수신기술상, 신기술상, 장영실상을 모두 수상했으며, 2002년에는 전자 설계 관련 잡지인 EDN으로부터 올해의 이노베이션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대 네트워크 연구실의 지도교수인 이정태 교수가 공동 창업자로 최고 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만큼 이 연구실과의 인연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에는 인터넷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IPv6에 관련된 칩의 기초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 중이다.

이 회사의 추광재 연구소장은 “HD급 콘텐츠 전송을 위한 고속 대역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하드웨어 기반 TCP/IP 솔루션의 수요는 늘어갈 것”이라며 “TCP/IP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을 모두 집적한 칩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