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나 LCD 공장의 클린룸은 한톨의 이물질도 허락되지 않는 절대 청정 지역이다. 특히 반도체 회로 선폭이 계속 고집적화되면서 이물 관리는 수율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아주 작은 먼지 하나도 생산 라인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미세 먼지를 걸러내는 정밀 필터는 클린룸의 핵심 설비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은성코퍼레이션(대표 이영규 http://www.silverstar2000.com)은 바로 이 클린룸 필터용 나노 소재의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는 첨단 섬유 전문 기업이다.
현재 클린룸 등에 많이 쓰이는 것은 0.3㎛ 굵기의 미세 입자를 99.97% 이상 여과할 수 있는 헤파급 필터. 필터에서 먼지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섬유(여재)는 3M 등 해외 유수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충북 음성 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헤파급 필터용 여재의 생산에 들어간 것을 비롯, 차세대 울파필터 및 각종 산업용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노 섬유의 상용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필터용 여재로 유리섬유를 사용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고분자 섬유를 사용, 환경 오염 문제를 줄인 것이 장점이다.
고분자 나노 섬유의 생산은 고분자 복합소재를 녹여 고압의 바람으로 원사를 방사하는 멜트블로운 공법과 성질이 다른 2개 이상의 폴리머를 융용방사하는 복합방사 공법의 결합을 통해 가능했다. 기존 전기방사 방식에 비해 원사의 균일한 방사가 가능하고 광폭 원단 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은성코퍼레이션은 연말까지 800㎚ 굵기의 나노 섬유를 방사, 폭 1.7m의 나노 섬유 원단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0.1㎛ 크기의 입자를 99.999% 여과할 수 있는 울파필터용 여재 상용화의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나노섬유 분야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 내년 하반기 이후 초경량 방탄복·2차전지 격리막·인조피부 등 IT·바이오와 섬유 소재가 결합된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헤파급 필터 시장은 지난해 2400억원에서 2008년 44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뷰-이영규 사장
“세계 최고의 나노섬유 업체가 목표입니다.”
이영규 은성코퍼레이션 사장(48)은 첨단 나노 소재를 통해 섬유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흔히 섬유가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IT 및 바이오와 결합,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은성코퍼레이션은 나노 섬유를 이용한 2차전지 격리막, 방탄복, 인조 피부 등의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음성 공장에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고효율 필터 소재를 시작으로 산업용 첨단 섬유 시장에 진입하고 첨단 섬유의 무한한 가능성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부도 위기를 넘겨가며 극세사 생활용품 시장을 개척, 회사 설립 10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힌 그는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음성공장에서 2∼3년 안에 연매출 600억원 이상의 나노섬유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