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국내 정보기술 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소프트웨어 자금 부족인가? 인력 부족인가? 아니면’을 주제로 6월 정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SW 산업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와 50여명의 산업계 인사가 참석, 국내 SW 산업 문제점에 대해 열띤 의견 교환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국 SW 산업이 낙후된 원인에 대해 SW라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자금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SW 업체도 선진 업체와의 차별 없이 중구난방식 개발로 산업 침체를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오명 전 과학기술 부총리가 참석, 과거 체신부 시절 시작된 정부의 SW 산업 발전 노력을 설명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오명 전 부총리는 “일부에선 정통부가 통신 인프라에만 집중하고 SW 산업은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데 통신이 이만큼 발전했으니까 SW 산업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서 “아쉬운 점은 실무를 경험한 정부 책임자가 적어 산업계 의견을 100%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개방형 공무원제 도입 등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식 정보통신부 미래정보전략본부장은 “아직 미흡하지만 정부도 SW진흥원을 발족시키는 등 SW 분야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는 수요 창출을 지원하고 유비쿼터스 시대를 대비하는 SW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강사로 참석한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국내 SW 산업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임베디드 SW 등 국내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는 분야를 제시했다.
패널로 참석한 지석구 한국스프트웨어진흥원 정책기획단장은 SW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산업계의 협조를 당부했으며, 조민호 스틱IT벤처 상무·송혜자 우암닷컴 사장 등도 패널로 참석, SW 산업 발전에 대해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김진형 교수는 국내 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활용은 OECD 국가 중 20위로 하위권이라며 이는 SW 산업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SW 산업이 낙후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무형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라면서 “저급 인력은 많지만 고급 인력이 부족하고, 주무 부서인 정통부 내에서도 SW에 대한 중요성이 너무 낮다”고 꼬집었다.
산업계 대표로 나선 패널들은 제대로 된 정부의 SW 산업 지원 정책을 주문했다.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은 SW 회사 회계 기준이 변경돼야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등 무형 자산을 인정하지만 국내는 연구·개발 비용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현행 모든 기업에 일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 정책은 문제가 있다면서 아울러 공정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아쉽다고 밝혔다.
정부 측 패널로 나온 지석구 단장은 “여러 비판 여론을 수용해 정부도 최근 지원 중심을 기업에서 시장으로 옮기고 있다”며 “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SW 유지보수료 현실화, 기업 비즈니스 여건 마련 등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호 상무는 “벤처 투자자 입장에선 기술력에만 의존하는 기업보다 마케팅과 영업이 조화된 업체를 선호한다”면서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세탁 애플리시스코리아 고문은 SW 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선 조선 등 한국이 강점이 있는 제조업과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자유토론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해외 공략을 위해선 영어 매뉴얼 제작과 프레젠테이션 같은 기본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SW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선 주무 부처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장 육성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면서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적극 개척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간 부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리=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주제발표◆
◆주제:한국 SW 산업 무엇이 문제인가? ◆발표: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국내 IT 산업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SW 산업은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형의 자산을 파는 SW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무형 자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국내 토양에서는 SW 산업 발전도 요원하다. 이런 이유로 SW 산업에서는 1위 제품만 살아남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이런 제품이 없다.
이와 함께 SW 개발 인력의 자질도 문제다. 개발자의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게 SW 산업이다. 이에 정부는 지금처럼 100만 IT 인력 양성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소수 정예를 육성해야 한다. 이 점에서는 대학도 반성해야 한다. 기존 대학은 죽은 지식만 교육했다. 기업과 커리큘럼을 연계한 실질적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 SW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SW 산업에 대한 정부 관료의 이해가 전혀 없다. 정부는 과거 60년대 중공업을 일으켰던 것처럼 체계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하지만 현행은 모든 기업을 육성하는 선단 정책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정부의 지원책은 경쟁력 없는 소규모 회사를 지나치게 많이 육성했다. 이런 회사들이 결국 출혈 경쟁을 거듭해 전체 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제대로 된 기업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국내 SW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업체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결국, 선택과 집중이 답이다. 어차피 이기는 전쟁을 해야 한다. 세계적인 강자기 있는 비즈니스 엔터프라이즈 SW 등은 성공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 임베디드 SW는 국내 SW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의 강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다. 하드웨어의 장점을 100% 살릴 수 있는 것이 임베디드 SW다. 항공·군수 산업 등에 적용되는 임베디드 SW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패널발표◆
◆주제: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발표: 조민호 스틱IT벤처 상무
SW 분야 투자를 담당한 지 2년이 넘었다. 스틱IT벤처의 경우 SW 산업에 대한 투자가 매년 늘고 있다. 물론 콘텐츠 부분이 다소 많지만 올해 전체 1400억원 중 30% 가량을 SW 산업에 쓸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벤처캐피털이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IT 벤처캐피털의 투자 원칙 중 하나는 수익 극대화다. 이를 위해 투자 기업의 매출 구성을 꼼꼼히 살펴본다. SW 업체의 경우 공공 시장에만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회사는 일단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공 부문이 매출을 올리긴 쉽지만 자생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산 SW임을 주창해 공공 기관에 영업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 국내 시장에만 치중하는 회사도 기피 대상이다. 우리나라 시장만으로는 힘들다. 기술력을 앞세워 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업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매출액이 작은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해외 진출 회사는 가점 대상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SW들의 가장 큰 착각이 있다. 기술만 있으면 모든 게 다 된다는 생각이다. 기술이 업체 영속성을 위해 중요하지만 이들도 기업인만큼 영업과 마케팅이 우선이다. 실제 기술만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오히려 있는 기술을 제대로 포장하는 회사가 살아남는다.
지난 90년대 후반 창업해 2000년대 초반 많은 SW 기업이 도산했다. 우리는 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난 업체를 높게 평가한다. SW 산업 육성을 위해 두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세계화와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인수·합병은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업체에 주문하고 싶은 말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기술력 있는 SW 업체 인수도 검토해야 한다.
◆주제:시장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 ◆발표:지석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책기획단장
정부는 지난 1998년 한국SW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SW 분야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도 공공 구매 혁신 대회를 개최하고 이 분야 발전을 위해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다. 건설적인 비판은 수용하겠다.
SW진흥원은 최근 SW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 제품과 마케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공급자 위주의 지원과는 다른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을 활성화해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재 시장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공공 시장이다. 이 부분은 아직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SW 제값주기, 각종 규제 철폐 등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업계에서 가장 바라고 있는 유지보수료 현실화도 조만간 해결해 SW 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하겠다.
또 다른 시장은 해외를 포함한 신규 시장이다. 결국, 글로벌 시대에 해외에 나가지 않고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국내 시장도 인수·합병을 통해 건전해져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신시장 개척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해외 시장 정보 뿐만 아니라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업체의 안목을 키워줘야 한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지원하겠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벤처캐피털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장기적인 투자다. 대부분 국내 창투사는 6개월 이내의 단기 투자에 그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창투사는 2년이 보통이다. 이럴 경우 제대로 된 기업 가치 파악이 힘들다. SW 산업 특성상 2년 이내 효과를 보기 힘들다.
또 SW 분야 투자 비중을 늘려 달라는 거다. 미국 창투사는 SW 분야 투자 비중이 평균 25%에 달하지만 국내는 불과 4% 정도다. 물론 수익성을 고려해야하겠만 SW 산업은 부가가치가 엄청난 분야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주제: 정책 지원이 우선이다 발표: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
현재 국내에는 6800개 SW 개발사가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 산업이 무너지면 IT 기반이 사라지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산업이다. 국내 SW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것은 SW 회사 회계 기준이다. 국내 대부분 SW 회사는 아주 영세하지만 기술 등 무형 자산이 풍부하다. 하지만, 현행 회계 기준은 브랜드·기술·연구개발 비중 등 이런 무형 자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매몰 비용으로 보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는 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다. 지식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눈에 보이지 않는 보물을 찾아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인력 부족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문제다. 매년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입사 후 1년내 인터뷰를 해보면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보다 회사에 들어온 뒤 3개월 동안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정말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SW 업체는 대기업처럼 직원 재교육에 쏟을 자금이 넉넉지 않다. 정부와 대학은 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에도 문제점이 있다.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품질·GUI 개발 등 모든 부분에서 1위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며 특히, 품질 문제는 SW 판매에 직결되므로 업체들이 가장 신경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SW 육성 노력에 대해 말하고 싶다. 정부는 기업보다 시장을 먼저 육성해야 한다. 국내 시장은 뻔하다. 공공 부문 시장 개선을 위해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최저가 낙찰 등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정책만이 중소 SW 개발 업체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