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디지털산업분야는 시장 기반을 다진 기간으로, 하반기 도약의 발판을 확고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시장은 한마디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표현된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등으로 메모리업계는 다소 성장이 주춤했으나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어 하반기 성장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 LCD도 생산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껶고 있지만, 이 또한 TV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선 투자를 집행한 한국 LCD업계는 하반기, 바닥을 찍고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가전유통분야는 월드컵, 쌍춘년 등 특수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와 결합한 휴대형 단말기 신드롬으로 어느 때 보다 업계는 빠른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백색가전은 마이너스성장세를 보여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산업전자분야는 정부의 전력 IT프로젝트와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 추진, RFID의 부상 등 새로운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이들 분야의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힘입어 하반기 중전분야를 포함한 산업전자부문은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
반도체 메모리 시장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32GB(기가바이트)급 초대용량 플래시메모리 모듈 ‘SSD(Solid State Disk)’를 개발해 노트북PC 시장 공략을 선언하면서, 기존 이론 수준에 머물던 ‘노트북용 HDD의 낸드 대체’를 현실화했다. D램분야에서는 수년간 끌어온 세계 굴지의 D램업체들의 ‘담합 분쟁’이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법정싸움이 일단락됐다.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는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 매각이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됐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M&A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으나 주목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매각 뉴스는 국내 업체들이 M&A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제품 제작을 위한 마스크 비용에 세금 부과 결정이 내려지면서 손익분기점을 가까스로 넘겼던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게 파란이 일기도 했다.
상반기 디스플레이 시장은 연초부터 지속된 환율 급락 및 판가 하락, 수요 감소, 재고 증가 등 각종 악재가 중첩되는 가운데 일본 및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의 견제 및 추격이 가속화되는 등 안팎의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대형 TV용 LCD 시장 석권을 목표로 당초 예정보다 3∼4개월 앞당겨 새해 벽두 7세대 라인을 가동, 산뜻한 출발을 예고했지만 갈수록 속도가 주춤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대형 LCD 매출과 생산 규모에서 여전히 세계 1∼2위를 지켰지만 대만과 중국 업체 공세와 판가 하락 등으로 수익율은 하강곡선을 면치 못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영업이익율은 각각 4%와 2%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LG필립스LCD는 1분기와 2분기 사업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LG전자와 삼성SDI 또한 PDP 부문에서 환율 하락과 판가 하락이라는 외부적 요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LG전자가 PDP 부문에서 올해 들어 흑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가 1분기를 기점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필립스LCD의 세계 최대 크기 100인치 LCD 개발(3월)과 파주 7세대 LCD 생산공장(P7) 준공식(4월), 삼성SDI의 PDP 4기 라인 기공식(5월) , LG전자의 50인치 PDP 3면취 전환(5월) 등은 미래 경쟁력 확보 및 지속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승부수의 하나로 여겨진다. 또 삼성SDI와 LG필립스LC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예상되는 능동형 (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계획을 발표, 오는 4분기 대격돌을 예고했다.
상반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는 국내 LCD 업체들의 대형 투자가 일단락된 가운데 관련 업계의 시장 다변화 노력이 활발했다. 그러나 LCD 장비 업체들의 대만시장 공략은 원화 절상과 엔화 약세로 일본 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LCD 장비 업체들이 반도체 분야를 강화하면서 산업의 무게 중심이 다시 반도체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외산 비중이 높았던 핵심 장비의 국산화도 꾸준히 성과를 보였다. 반도체 후공정의 불모지대였던 주검사 장비 분야에 국내 업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했으며 반도체 공정용 드라이에처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 차세대 노광 기술과 재료 개발도 진행 중이다.
부품업계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세트 업체의 실적과 정비례하는 특성상 업종별로 명암이 갈렸다.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일궈낸 분야는 디스플레이 분야다. LCD와 PDP TV 보급 확대로 백라이트유닛에서 전원공급장치, 튜너 등이 호황을 보였다. 여기에 디스플레이용 각종 필름 시장도 가파른 확대 추세를 나타냈다. 특히 디스플레이용 필름은 그동안 외국에 의존하던 품목의 국산화가 속속 이뤄져 향후 전망을 맑게 만들었다.
휴대폰 부품 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휴대폰용 PCB와 LED, 그리고 카메라모듈 등 주요 부품이 국내 휴대폰 업체의 해외 판매 정체의 영향을 받아 답보상태를 걸었다. 다만 슬림폰의 인기에 힘입어 초슬림 부품을 개발한 업체는 호조를 보였다.
▲산업전자
대표적인 산업전자 부문인 중전기기분야는 전력IT프로젝트 시행과 전기산업진흥회 중심의 ‘한국전기산업기술연구조합’ 창립 등의 성과를 통해 전통산업에서 신 성장동력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 성과다.
특히 현지 자원을 얻고 국내 설비를 공급하는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의 추진으로 한전 등과 함께 남미·중동 등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를 잡은 중전기기 업체도 늘고 있다. LS산전·현대중공업·효성 등 빅 3 중전업체들의 해외 공장설립과 대규모 제품 공급 건의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다만, 국내 업계의 경쟁력 확대에도 불구, 수출 확대에 따른 중간재 부품의 수입 증가에다 저가 중국산 범용제품의 수입확대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폭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기계산업 분야는 저환율, 고유가, 고원자재가의 3중고에도 불구하고 수출 성장을 통해 상반기 두자릿수 성장을 지켜냈다. 건설기기의 중국 시장 수출 증가가 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으며 내수 침체와 사업환경 악화에 업체들이 어느 정도 적응한 결과라고 해석됐다. 그러나 냉동공조, 섬유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을 포기한 회사가 많았고, 전기기계 분야 등 일부 업종은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6월 사상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한국기계전을 개최하는 등 수출시장 개척으로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는데 주력했다.
공작기계 분야도 2년째 생산액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수출이 최근 4개월간 2억 달러를 넘어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금형산업의 약세 등 내수수주 감소로 불안요인이 가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로봇산업은 상반기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다졌다. 산자부는 사회안전로봇, 헬스캐어 로봇, 견마형로봇 등의 신규 사업을 발족했고 정통부는 하반기 국민로봇 사업 출발을 위한 시범사업 준비와 로봇 플랫폼 개발 완료에 주력했다. 서비스 로봇 산업은 로보월드 전시회와 국민로봇이 등장하는 하반기 또 하나의 도전을 치르게 된다.
새롭게 부상하는 전자태그(RFID) 분야는 올 상반기가 산업화 기틀이 마련됐다. 정부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수요가 서서히 늘어났으며 서울시 승용차요일제 시스템 등 상용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 확산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반면, 프로젝트 비용이 턱없이 낮아 수익성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아 이를 해결해야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정보가전·유통
올 상반기 가전유통가에는 월드컵, 쌍춘년 등 굵직 굵직한 특수가 잇따랐다.
또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PMP), 내비게이터 등 휴대형 단말기가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과 결합되면서 판매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업계 주력제품인 백색가전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품목별 부침현상도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이슈를 낳은 품목으로는 평판 디지털TV였다. LCD와 PDP TV는 연초부터 가격인하 경쟁 등 마케팅 레이스가 시작돼 독일월드컵에 이르러 정점에 달했다. 덕분에 올 상반기 LCD TV 판매량은 전년대비 무려 600%나 폭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월드컵이 열린 6월에는 가전유통가 TV판매액 가운데 LCD·PDP TV 비중이 처음으로 9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가격인하 공세에 중소 디지털TV업계는 오히려 내수 매출이 급감, 국내 사업을 접는 업체까지 속출했다.
생활가전 시장은 ‘쌍춘년’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판매대 수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규모 역시 동반상승했다.
하지만 에어컨 매출은 ‘100년만의 무더위’ 보도로 특수를 누린 지난해보다 20% 안팎 줄어드는가 하면 세탁기 역시 소폭의 하락세로 돌아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스팀청소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 웰빙이나 아이디어 가전제품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대중화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휴대가전시장은 올 상반기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심했다. 지난해부터 예고된 MP3플레이어 업계의 위기는 구조조정, CEO 교체 등의 극약처방을 낳으며 현실화됐다. 업계 맏형격인 레인콤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80여명의 인력을 조정했고, MP3업계 1세대인 우중구 엠피오 사장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PMP, 내비게이터 등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휴대 단말기가 컨버전스 바람을 타고 급부상, MP3업계의 공백을 채워나갔다.
특히 지상파 DMB, 내비게이션 등 휴대 단말기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각광받으면서 PMP와 내비게이터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PMP업체 디지털큐브가 올 1분기 첫 흑자를 기록하며 쾌속질주했고 삼성전자, SKC&C,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컨버전스를 앞세워 휴대 가전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한편 가전업계의 해외사업은 환율급락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디지털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