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이일규 한국디자인진흥원 신임 원장

이일규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이 행정전문가 경험을 살린 새로운 디자인 육성책과 기업 중심의 국가 디자인 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일규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이 행정전문가 경험을 살린 새로운 디자인 육성책과 기업 중심의 국가 디자인 지원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 디자인의 강국이 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디자인진흥원 자체도 세계 제일의 디자인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일규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56)은 진흥원이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지원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산업자원부 출신으로 경기지방 중소기업청장을 거친만큼 중소기업의 육성에 필요한 디자인의 역할에 많은 애착을 나타냈다. 특히 디자인 자체를 위한 디자인 보다는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

 이 원장은 “진흥원은 산업디자인진흥법에 의거, 철저하게 산업에 오리엔티드된 디자인 부문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제 산업 제품에서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주요 경쟁 도구가 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도 디자인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앙드레 김과 디자인 부문을 제휴해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고 쌈지는 예술분야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신상품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디자인은 예술적인 부분과 상업적 부문을 동시에 포괄하는 분야지만 현 시대에 와서는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특히 “디자인전문회사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디자인을 돕던 방식을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좋은 디자인 하우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디자인지원 정책의 방향이 기업 중심으로 대거 전환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는 취임 50여일 동안 디자인진흥원의 사업범위를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조직을 새로 정비하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진흥원에서 발전시켜야할 분야와 비중을 낮춰야할 사업, 외부 기관에 이관할 사업 등의 구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디자인도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산업에서 성장 신사업과 쇠퇴해 가는 산업이 있듯이 디자인도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이에 맞는 아이템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이를 응용하는 방식 등도 적절한 혁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이 원장은 “우리나라 휴대폰이나 LCD 모니터 등의 디자인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 있다”며 “디자인 역시 잘되는 신 산업 위주로 집중 육성해 성장동력산업과 국내 디자인 수준의 동반상승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 전문가였던 경험을 살려 취임 초기부터 새로운 디자인 육성책들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형 디자인전문회사(Inno DB)를 발굴, 육성해 중소기업들을 지원토록 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에게 500만원의 디자인 진단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대학교수·전문 디자이너 풀을 활용하게 하는 ‘디자인 홈닥터’제도도 운영하기로 했다. 디자인에 대한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홍보 프로그램도 구상중이다.

 그는 산자부 내 초대 디자인 과장 출신으로 우리나라 디자인진흥법을 최초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디자인진흥원이 위치한 디자인센터 역시 이 원장이 산자부 과장 시절에 기획한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과 행정, 산업을 두루 경험한 산 증인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디자인진흥원을 세계 최고의 디자인 메카로 키우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디자인진흥원은 좋은 위치에 이상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2, 3년 내 세계 최고의 디자인 명소가 충분히 될 만하다”며 “국제 디자인 전문행사와 회의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산·학·연·관 전문가를 연계한 국가디자인위원회를 꾸려 여러가지 자문도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수첩에는 깨알같은 글씨들로 만난 사람들의 이름과 이들이 말한 것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또 한번 만난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꼼꼼함과 배려로도 유명하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신의 취미가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원장은 “디자인진흥원은 중소기업과 국내 산업에 디자인 업무를 돕는 전문 서비스 기관”이라며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디자인진흥원이 가능한 많은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