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수출이 순항하고 있고 내수도 회복세를 보였다. 증시는 지난달 코스피가 1460선을 뚫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충만한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상반기 후반부로 갈수록 환율 리스크 이외에 글로벌 인플레에 대한 우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벤처산업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벤처활성화 후속 대책으로 인해 자금줄이 개선되고 수출이 증가하는 등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e비즈니스 분야는 올 상반기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IT혁신 네트워크 사업 등으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계는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거짓논문사건 여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가이드라인)’ 제정을 비롯해 김우식 과기부총리, 서남표 KAIST 신임총장 등 새로운 리더들의 등장으로 쇄신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경제과학부>
◇ 일반 경제=올 상반기 한국 경제는 한마디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해 침체 우려로 끝났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성장률 예상치는 5.7%다. 이는 지난해(4.0%)에 비해 1.7%포인트 높은 것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1분기는 지난해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6.2%였으며 2분기에는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5%대인 5.3%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출 역시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상반기 수출은 1518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1.2%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수입 역시 크게 늘어나며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약 68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상반기 비교적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된 것은 유가와 환율에 이어 다른 악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유가 및 달러 약세에 이어 △미국 성장세 약화 △금리 인상 도미노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 등의 여파로 국내 경제도 소비 위축, 수출 경기 하강, 투자 부진 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전경련 BSI전망치에 따르면 올 1월 102.6으로 시작해 3월 118.9로 상승했다가 4월(112.7)·5월(110.7) 하락세를 보인데 이어 6월에는 기준치(100)에도 미치지 못한 98.6을 기록했다.
한편 올 상반기는 한미FTA민간대책위 출범, 양국간 FTA 본협상 시작 등 한미FTA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꼽혔다.
◇증시=지난 6개월간 주식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1389P로 기분좋게 2006년을 시작한 코스피 시장은 5월 11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1460P를 넘어서는 파죽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발 인플레 우려와 버냉키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발언, 북한 리스크 등이 악재로 부각되면서 이달 중순 1200선이 무너지는 등 급랭하기 시작했다. 한달새 무려 250P 가까이 떨어지는 블랙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달 말들어 과도한 폭락에 대한 반등의 기미가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일러 7∼8월에도 관망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유가증권 시장과 동조해 급락을 반복했다. 750P까지 치솟았던 지수는 이달 28일 현재 560P로 200P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코스닥은 올해 시장 개설 10주년을 맞아 그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공모자금 9조원을 비롯해 총 27조원의 자금을 벤처기업에게 수혈하는 역할을 한 코스닥 시장은 향후에도 벤처자금 기지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감원과 코스닥시장본부는 시장의 투명성과 안전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우회상장 관리방안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시장 개선에 나서고 있다.
조인혜·김준배기자@전자신문, ihcho·joon@
◇벤처=국내 벤처산업은 정부가 지난 2004·2005년 내놓은 벤처활성화 대책의 여파로 비교적 긍정적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 연달아 터진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 등 거물급 벤처업계 인사 구속의 후폭풍도 숨길 수 없었다.
벤처활성화 대책에 따른 긍정적 모습으로 벤처 자금줄이 크게 개선된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코스닥의 꾸준한 상승으로 회수(Exit)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벤처캐피털업계가 정부의 1조원 모태펀드의 본격적인 투자와 함께 올 상반기 비교적 건실한 투자를 펼쳤다. 모태펀드는 지난해(1245억원)와 올 상반기(1025억원) 총 2270억원을 투자해 7103억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벤처 캐피털업체들이 투자한 규모는 19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21억원)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벤처업계가 해외로 눈을 적극 돌리며,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무역협회와 벤처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벤처기업의 수출규모는 47억2920만달러로 작년 동기(38억9432억달러)에 비해 21.4% 증가했다. 특히 1월(15.0%)과 3월(17.0%)을 제외하곤 2월(30.4%)·4월(20.2%)·5월(25.5%) 모두 전년대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같은 긍정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벤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록 정부는 ‘3만개 혁신형 중소기업’의 핵심에 벤처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2004·2005년의 ‘제2의 벤처 붐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단적으로 벤처활성화 대책에 담겨 있던 △벤처 패자부활제(벤처기업 경영재기 지원제도) △프리보드시장 활성화 △벤처 캐피털 창업보육센터(BI) 위탁운영 △코스닥 상장특례제도 △대·중소기업 협력포럼 구축 등은 여전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이렇다할 후속 대책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 e비즈니스=올 상반기 e비즈니스 분야는 새로운 수장의 교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무역협회가 이희범회장을 신임 수장으로 맞이했으며 전자거래진흥원은 무역협회 전무 출신인 한영수원장이 이달부터 새롭게 꾸려가고 있다. KTNET도 최근 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된 유창무 전사장 후임을 공모를 통해 찾고 있으며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ECIF)은 서정욱 전자거래협회장이 겸임하게 됐다.
e비즈 정책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산자부 디지털전략팀(이전 전자상거래과)도 올 초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으로 진용을 새롭게 갖추고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 IT혁신 네트워크 모델 등 차기 e비즈 전략 사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시장측면에서는 그다지 활발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5년동안 매출이 수직 상승해온 기업 소모성자재(MRO) e마켓 분야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안팎의 성장을 이뤄냈지만 대기업 시장 포화·신규 수요 정체로 고성장세는 주춤해진 모습이다. 다만 서브원이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KT커머스가 KT그룹사 물량을 발굴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업종별 B2B e마켓에서는 올해 3조원 거래규모를 바라보는 이상네트웍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으며 컴에이지, 빅빔, 이지메디컴 등이 안정적인 거래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종 B2B업체들이 e무역상사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전자무역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다.
그러나 e마켓 사업자의 영세성 및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진입 부재 등은 B2B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자무역 분야에서는 올 상반기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등 해외 수출 움직임이 그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KTNET이 올 2월 카자흐스탄 1차 BPR 작업을 마친 것을 비롯해 키르키즈스탄, 태국 등지에도 전자무역 플랫폼 수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산자부는 기존 e무역상사 이외에 올 상반기 3개의 인큐베이터 e무역상사를 추가 선정해 중소기업의 수출지원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과학기술=1월 11일, 국정현안조정회의와 당·정협의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연구윤리 확립 및 진실성 검증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2005년 말에서 새해 벽두로 이어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거짓논문사건 여파로 크게 흔들리는 연구 현장(과학기술계)을 추슬러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펼친 국정과제인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도 송두리째 흔들렸다.
이후 과학기술부가 앞장서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학기술한림원·과학기술연구회·대학연구처장협의회 등이 모여 6개월여간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관리기관과 3년간 연평균 100억원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대학교에 적용할 연구윤리지침을 세운 것이다.
그 와중인 2월 10일, 김우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2004년 2월∼2005년 8월)이 제2대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취임해 과학기술계 맨 앞으로 뛰어나갔다. 김 부총리는 교육자(연세대 총장) 경력을 바탕으로 공학교육인증제, 퇴직연구원 활용 확대, 과학기술인 사기진작 등에 관심을 보이며 정책으로 연결했다. 또 ‘톱 브랜드 프로젝트’를 내세워 35개 국가출연연구기관의 특성화·전문화를 유도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국가출연연구기관별로 톱 브랜드 2개씩에 연구역량을 집중토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3월 31일, 서남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석좌교수가 서울에 왔다. 김우식 부총리가 제안한 국내외 석학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인 ‘울트라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4∼6월 김정은 길리아드사 화학담당부사장, 신강근 미시간대 석좌교수,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등이 울트라 프로그램 바통을 이어받으며 새로운 싱크(think)탱크 구성을 예고했다. 특히 서남표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으로 내정돼 해외 석학들의 국내 과학기술계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