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팔 수 있는 시장을 찾거나 만드는 것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전자태그(RFID) 전문기업인 손텍의 이동진 사장(55)은 대부분 국내외 업체가 일반적인 RFID에 집중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반면에 지난 5년여 동안 특수한 환경에 사용되는 금속이나 액체 태그 등 특수 분야에 투자해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출발부터 차별화한 것이다. 이는 오랜 현장 경험에서 생긴 자신감 때문에 가능했다.
“21년 동안 포스코의 제어시스템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RFID의 잠재력을 보게 됐습니다. 당시 물류 관리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RFID가 앞으로 바코드를 대체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적용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폭발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국내 RFID 시장은 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 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시장은 일반 RFID에서 특수한 환경에 맞는 맞춤형 태그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가격. 이 사장은 확보된 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가로 인식되고 있는 태그 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중국 상하이에 태그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인 ‘손텍차이나’를 올해 초에 설립했다. 손텍차이나 생산공장에서는 본사가 개발한 금속태그 등을 집중 생산하고 있으며, 손텍차이나에 이어 조만간 일본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기술과 생산력을 확보했으나 또 다른 문턱이 나타났다. 그동안 기술개발과 특허확보 등에만 매달리다 보니 회사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밀려난 것도 여러 차례다.
이 사장은 “손텍 제품과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국내 SI업체와 대기업은 물론이고 미국·중국·일본·동남아지역 등 어디든지 직접 뛰어다니며 손텍만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2월 미국 댈러스에서 개최된 ‘RFID월드 2006’ 전시회에서 국내 참가업체 중에는 가장 우수한 수출 상담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시장을 찾기에 나섰다.
손텍이 찾아낸 대표적인 시장이 ‘카지노’다. 올해 들어 카지노 칩에 RFID를 내장한 제품을 최초로 개발해 카지노 업계로부터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최근에는 액체 상태에서도 인식할 수 있는 액체태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사장은 “많은 국내 RFID 기업이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에만 집중하면서 시장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제 눈에는 너무 많은 시장이 열려 있습니다.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시장 상황이 어렵고 틈이 안 보인다고 생각할 때 직접 발로 뛰며 새로운 시장과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이 사장의 생존 전략이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사진=정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