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IT 등 첨단 업종의 벤처기업과 지방 소재 기업은 필요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이 우선이다. 그러나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력 문제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중소기업청과 공동 기획으로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겪고 있는 인력난 실태와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 등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싣는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벤처기업인 B사의 박 모 사장은 요즘 잠이 오질 않는다. 프로그램 개발인력을 구하는 문제로 고민이 많은 탓이다. 통상적인 구인 공고 절차만으로는 전문인력을 구할 수 없어 김 사장은 자신이 직접 ‘인재 찾기’에 나섰다.
대학 동기는 물론이고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학계와 업계 인맥을 동원, 필요한 인력을 찾고 있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년간 공들여 키워놓은 인재들마저 지방 근무가 싫다며 뛰쳐나가는 통에 허탈감에 빠져 있다. 이럴 바에야 서울에 지사를 설립해 인력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울 강남에 소재한 통합 검색 솔루션 업체인 K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선 해외 시장에 내놓을 신제품 개발과 연구개발 전문인력의 영입이 필수적인데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아 속만 탄다. 이 분야 기술이 워낙 전문성을 요하는 탓도 있지만 관련 인력이 대부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몸 담고 있어 빼내 오는 게 쉽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들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심화된다는 게 문제다.
노동부가 지난해 실시한 노동력 수요 동향 조사 결과 종업원 수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체에서 총 21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인력 부족률 차이는 매년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인력 부족률은 2004년 0.89%, 2005년 0.99% 등으로 1% 미만이지만 중소기업은 2004년 2.91%에서 2005년 3.53%로 크게 늘었다.
2000년 1.14%에 불과했던 중소·대기업 간 인력 부족률 차이는 2003년 2.11%, 2005년 2.54% 등으로 점차 벌어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범위를 좁혀 중소 제조업종만 살펴본다면 지난해 총 9만9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9906개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의 인력 부족률이 5.74%로 가장 높았고, 생산직 4.98%, 서비스 종사자 2.61%, 판매 관리직 3.22% 순이었다.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률이 높았고, 특히 종사자 수 5∼19인의 소기업에선 인력 부족률이 무려 6.81%에 달했다.
지역별로도 큰 편차를 보였다. 전남(6.29%)·경남(5.46%)·울산(5.20%)·대전(5.03%) 등의 인력 부족률은 평균 5% 이상으로 서울(2.55%)보다 갑절 이상 높다. 기업 성장 단계별로는 상업화 단계(4.74%), 성장 단계 (5.18%)의 인력 부족률이 중소 제조업 평균 부족률(4.35%)을 상회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으면서 지방에 소재한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