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게임시장 결산-MMORPG 약세 속 FPS·스포츠 강세

상반기 게임업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MMORPG의 부진 속에 캐주얼게임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시기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법인 설립 붐이 일었고 일부 업체의 경우 일본·중국 등 외국 직상장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이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메이저 업체들의 무한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실력있는 중소게임 개발사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이를 통해 NHN이 네오플을 인수하는 가 하면 네오위즈가 팬타비젼을 인수 등 M&A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상반기 업계 가장 큰 이슈는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등의 부진이다. 이들 게임이 부상하면서 다소 침체됐던 MMORPG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MMORPG 장르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데 반해 새롭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FPS, 스포츠, 레이싱 장르가 강세를 보이며 시장 규모를 키워나갔다. 특히 FPS의 대명사인 ‘스페셜포스’에 이어 ‘서든어택’이 동시접속자 1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FPS를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했다. 스포츠 장르는 월드컵 열기를 타고 ‘피파온라인’이 돌풍을 일으켰으며 다양한 축구게임 개발 붐이 시장에 불면서 10여개의 축구게임 타이틀이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레이싱게임도 상반기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XL1’ ‘레이시티’ 등 다양한 작품이 선 보였다.

온라인게임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면서 해외 메이저 업체들의 진출도 본격화됐다. 해외 유명 업체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나섰고 상반기에 그 윤곽이 들어나면서 점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EA에서 축구게임인 ‘피파’를 온라인으로 구현한 ‘피파온라인’의 경우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넘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다.

이와함께 코나미는 ‘진삼국무쌍’을 온라인화한 ‘진삼국무쌍BB’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액티비젼도 국내 FPS열풍에 힘입어 ‘콜오브듀티’의 온라인 컨버전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로인해 하반기 게임시장에 새로운 돌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인기를 끌었던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구게임인 ‘프리스타일’을 서비스하던 KTH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끝내 결별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양사는 막판까지 공동서비스를 추진했으나 끝내 양사의 입장을 좁히지 못해 결렬되고 말았다.

이와함께 네오위즈와 드래곤플라이가 ‘스페셜포스’의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퍼블리셔와 개발사간 상생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밖에 ‘서든어택’을 서비하고 있는 CJ인터넷과 개발사인 게임하이 간에도 불화 조짐이 보이는 등 어느 때보다 첨예한 대립각을 보였다.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 상반기에도 끝없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04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장기 부진에 빠진 모바일 시장은 대용량 3D 게임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지만, 결국 이마저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업계를 궁지로 내몰았다.

설상 가상 월드컵과 DMB서비스 후폭풍으로 다운로드 수가 급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정도 시장이 축소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특히 월드컵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거리 응원 등으로 축구열기가 과열되면서 축구게임 등 일부 특수를 누린 게임을 제외하곤, 대부분 월드컵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DMD 서비스 역시 모바일의 잠재 수요를 잠식하면서 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나마도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통사들이 신규 론칭게임 수를 대폭 줄이면서 중소 콘텐츠공급업체(CP)들의 경우 신작 발표가 눈에띄게 줄었다. 이에 따라 자본력이 강한 메이저업체들이 모바일게임 퍼블리셔로 돌아서는 등 유통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컴투스가 6월초 사상 실시간 모바일 MMORPG로 평가받는 ‘아이모’를 오픈,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게임은 무료 오픈베타를 거쳐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 만약 유료화에 성공할 경우 모바일 시장 재도약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모바일 시장은 구조적 한계를 다시한번 드러냈다”면서 “당분간 이같은 침체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올 상반기 콘솔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X박스360의 정식 발매다. 차세대 게임기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됐으며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해 침체돼 있는 국내 콘솔시장에 희망을 던졌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못하다. 기기는 1만5000대 정도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최고의 히트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N3’도 1만장 수준에 머물렀다. 기존의 다른 타이틀에 비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적이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게 콘솔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에 비해 SCEK는 PSP와 PS2의 성적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게임기는 상반기에만 각각 약 6만여대가 팔려 나갔다. 차세대 게임기가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취급을 받았으나 꾸준한 성적을 보여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고 있다.

SCEK의 조민성 이사는 “상반기는 게임기 자체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방향으로 잡아 저변 확대에 노력했다”며 “PSP는 휴대용이고 PS2는 강점이 많기 때문에 차세대 게임기가 등장하는 시점까지 꾸준한 성적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6년 상반기 콘솔시장은 X박스360보다는 PS2가, PS2보다는 PSP 타이틀이 강세를 보였으며 월드컵 해를 맞이해 ‘피파시리즈’ ‘위닝일레븐시리즈’ 등 축구게임들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