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아무도 믿지 않는 `동접`

“요즘엔 동접을 아예 발표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어차피 유저도 업체 사람들도 아무도 안 믿는 것이 게임 동접이 돼 버렸니까요. 의미가 전혀 없는 셈이죠”

한 퍼블리셔 관계자의 말이다.

동시접속자(동접) 부풀리기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젠 유저와 업계 전체를 농락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최근 급격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 온라인게임도 동접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타 업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발표된 것과 실제 동접은 약 30%나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 게임업계 종사자와 개발사들, 특히 유저들은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그리고 결국 업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접은 패키지게임의 판매량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흥행의 척도가 되는 뚜렷한 수치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유저가 동일한 시간에 얼마나 많이 접속하고 있느냐’다.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동접은 높을 것이며 게임도 재미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런데 동접은 해당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아니면 결코 실수치를 알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이를 악용해 업체들은 부풀린 숫자로 동접을 발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누구도 검증할 순 없지만 동접이 높은 게임으로 유저들이 더욱 몰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도덕성을 버렸다. 어쩌면 지금까지 동접을 사실 그대로 발표한 사례는 한번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동접 부풀리기는 게임산업에 만연돼 있다. 동접 뿐만 아니라 업데이트 일정, 예고없는 패치, 불안정한 서비스 등 여러 면에서 속은 유저들은 게임업체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다른 일반 상품이었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중죄’지만 온라인게임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악습을 단숨에 해결하고 정도를 걸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마도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그 첫번째로 투명한 동접 발표를 요구하는 것이다. ‘남들도 다 하는데 왜 우리만 솔직하게’가 아니라 게임에 자신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고 떳떳하게 평가 받겠다’라는 자세가 절실하다. 게임업체를 전혀 안 믿는 유저들이 대다수인 환경에서 투명한 동접은 오히려 좋은 평가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해외 진출을 고려해도 솔직한 동접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