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들이 케이블 디지털 전환의 오랜 숙제였던 디지털미디어센터(DMC)를 표준화하기로 했다. 사업자마다 다른 DMC가 표준화되면 소비자는 하나의 셋톱박스로 어디에서든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게 돼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 속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회장 오광성)는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키 위해 이달 초 ‘디지털케이블TV활성화대책기획단(단장 강대관 HCN 대표·가칭)’을 구성하고 현재 여러 개로 난립돼 있는 DMC에 대한 표준화 논의에 본격 나선다고 2일 밝혔다.
기획단 내 표준화 작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기술분과팀에는 CJ케이블넷·티브로드·씨앤앰커뮤니케이션·HCN·큐릭스·CMB·제주케이블TV의 7개 복수SO(MSO)가 참가한다.
DMC는 디지털방송 신호를 비롯해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 각종 부가기능(애플리케이션), 리모컨 인터페이스 등을 SO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술분과팀에 참여하는 CJ케이블넷·씨앤앰커뮤니케이션 등 7개 MSO가 독자적으로 DMC를 제공해왔다. 7군데 중 KDMC와 BSI는 전문DMC 사업자로 각각 티브로드·온미디어계열MSO, HCN·드림씨티방송·강남케이블TV 등에 디지털방송신호를 송출해왔다. DMC가 표준화되면 동일한 디지털 셋톱박스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디지털TV에 내장해 플러그앤드플레이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오광성 회장은 “DMC 표준화는 현존하는 여러 개 DMC를 ‘하나의 슈퍼DMC와 이에 따른 서브DMC’로 재편하거나 그대로 두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상호 호환시키는 방식이 있다”며 표준화 논의 방향을 제시했다. 협의회 측은 늦어도 연내에 표준화 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DMC 표준화는 그러나 케이블TV 시장 주도권 경쟁 및 투자 비용문제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논의 과정에서 MSO 간 이해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MSO별로 투자한 DMC가 있는 상황에 이를 하나로 통합하면 득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획단 내 기술분과팀을 맡는 CJ케이블넷의 성기현 상무는 “리모컨 인터페이스와 애플리케이션 등에 대해선 SO 간 협의가 진행중이며 미들웨어 호환성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그러나 “수신제한시스템(CAS) 등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할 것으로 보여 논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DMC 표준화는 MSO의 장기 전략이기 때문에 각사의 오너가 결정해야 할 주요 사안”이라며 “자사의 앞선 이득을 주장하면 실패할 테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표준화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