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수익 의존 국내 영화산업 위기감 확산

 극장 수익에 90% 이상 의존하는 국내 영화산업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 관객수뿐만 아니라 전체 영화 관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스크린수가 올해 상반기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영화산업의 수익성이 분산되고 있는데다 이 달부터 이통사 제휴 할인 서비스 중단으로 인해 영화 콘텐츠 투자·제작사에 유입돼야 할 극장 수익 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전체 관객수가 4690만명(중복 인정)이며, 올해 5월까지 집계된 서울 지역 관객수는 2100만명으로 국내 영화 관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반면에 국내 전체 1569개의 스크린수 중 42% 이상을 차지하는 3대 복합 개봉관 전문업체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90개의 스크린을 신규로 늘리는 등 지속적으로 스크린수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형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원은 “스크린수가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멀티플렉스산업 규모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영화 콘텐츠 수급 경쟁으로까지 이어져 영화산업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통사와의 제휴 할인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영화 콘텐츠 투자·제작사들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가 부담해 왔던 영화요금을 극장 업체와 투자·제작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돼 양질의 영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이통사 제휴 할인을 통해 영화요금 7000원의 수익을 투자·제작·배급사와 극장이 반씩 나눠가졌지만 2000원의 할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할인요금을 영화계가 떠안을 경우 수익성이 대폭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장 업체가 신용카드사와의 제휴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기존의 할인율을 그대로 유지, 관객수 감소에 대비한다 하더라도 이통사가 책임졌던 비용을 근본적으로 투자·제작사와 극장 업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취약한 영화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제작사가 극장 업체보다 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부율 조정 문제가 부상하고 있지만 스크린수를 늘리는 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극장 업체가 부율 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국영화가 외화에 밀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등 어느 때보다 국내 영화산업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극장뿐만 아니라 영화 콘텐츠의 소비 채널을 다양화하고 산업계의 구조조정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