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강국으로 가는 길](7)상반기 결산 좌담회

본지가 연재중인 ‘SW강국 코리아’ 상반기 결산 좌담회가 정부, 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본지가 연재중인 ‘SW강국 코리아’ 상반기 결산 좌담회가 정부, 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좌담회 참석자>

박재문 정통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백원인 현대정보기술사장

김병국 티맥스소프트사장

강태헌 큐브리드사장

조풍연 메타빌드사장

*사회 김경묵 전자신문부국장

 

지난해 ‘SW강국 코리아’에 대한 장기 비전을 발표한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식,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지난 6개월간 ‘SW강국 코리아’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심층 보도해온 본지는 최근 정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성과를 결산하고 하반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했다.<편집자주>

 

 

◇사회(김경묵 전자신문사 부국장)=SW를 차세대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자는 범국가적 목표에 동참하기 위해 올초부터 6개월간 기획시리즈를 연재해왔다. 이 기간중 해외 SW강국들이 글로벌 SW기업을 어떻게 육성했고, 또 국내 SW관련 법·제도는 어떤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상반기에 연재된 시리즈 내용에 대한 평가와 현 시점에서 점검해야 할 SW산업의 이슈를 얘기해보자.

◇김병국(티맥스소프트 사장)=이번 시리즈는 SW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계기가가 됐다. 특히 SW산업 육성의 문제점, 왜 SW를 육성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당위성이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얘기해줬다. 하지만 최종사용자나 공급업체, 발주자, 예산, 감사원 등 관계자의 지적이 산발적이고 관계자들의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폭넓게 제공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

◇조풍연(메타빌드 사장)=상반기에 정통부에서 GS인증제품에 대한 가점제도를 통해 국산 SW에 대한 시장인지도를 크게 올린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통해 국산 패키지SW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하반기에는 지난해 문건으로 만들었던 사안에 대한 공감대를 공고히 하고 제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시리즈를 전개했으면 한다.

◇백원인(현대정보기술 사장)=시리즈가 다양한 SW정책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육성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본다. 부족한 점은 내용 대부분이 공급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쪽은 발주자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우수하다고 하지만 발주자 관점에서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발주자의 의견을 같이 반영했으면 좋겠다.

◇사회=이슈별로 내용을 점검해보자. 먼저 정통부에서 보고대회 이후 후속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하반기 계획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박재문(정통부 SW진흥단 단장)=SW시장에서 정부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한 조건하에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작년 12월에 SW산업발전종합전략을 만들었고 올해 3월 보고대회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질 좋은 SW를 많이 구매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렸다. 하반기에는 이를 현실에 접목한 제도화가 핵심이다. 모든 구상이 제도화됐다고 해서 공공구매자들이 움직여 줄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제도화와 더불어 이를 적극 모니터링하고 예산편성의 이행 상황을 관계부처와 협조해 점검할 예정이다.

◇고현진(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실무기관 입장에서 덧붙이자면 그동안 대부분의 논의가 공공발주에 집중됐다. 나머지 80%의 민간시장이 있는데 이는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전문화밖에 없다. 많은 제도가 이러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업계의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수요자에게 어떤 제품을 사라고 하는 것은 시장논리로 봐서는 무리다. 전문기업제도를 만들고 이 과정에 대표기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태헌(큐브리드 사장)=공공보다는 민수시장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내수에서 외산SW가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외산과 겨룰만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이같은 국산SW업체는 없다. 정부의 정책도 주효하지만 품질과 서비스, 가격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이제는 SW산업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백원인=정부가 공정한 경쟁조건을 언급했는데 핵심을 짚었다고 본다. 현재의 IT서비스 산업 발주조건은 불공정하다. 제한적으로 입찰자격이 주어지고 기업신용도 평가에 따라 가산점이 주어지는데 이는 영세한 IT서비스 업체의 사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또 대기업 프로젝트는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독식한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는 그룹사에 한정된 비즈니스에 전념하고 공공기관은 전문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국내 SW산업의 토양이 아직은 공정한 룰 위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전문 솔루션업체들이 느끼는 상황은 어떤가.

◇조풍연=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시장 환경이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정책의 효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부동산과 임금은 인상되는데 반해 제품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인력채용도 어렵다. 수출도 어렵다. 결국 강력한 제도화만이 이를 개선할 수 있다. 공공시장은 크든 작든 간에 앞장서 변해야 한다. 현행 4단계 SW구매절차를 2단계 구조로 바꾸고 예산도 선진국 수준으로 수정돼야 한다.

◇김병국=왜 우리가 SW산업을 육성하고 이같은 정책을 만드는 지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강제적으로 밀어부쳐서 될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한 방법론은 연구가 많이 됐고 제시도 됐다. 이제는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 인식부터 제고하고 수·발주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고현진=그동안 정보화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된 반면 정보산업 육성에 소홀한 점이 지금의 어려운 시장을 형성하는데 한 원인이 됐다. 실무적으로 정보화를 하면서 한곳에서 책임을 지고 프로세스를 관장하지 않고 제각각 정보화라는 화두에만 신경 써 온 것도 문제다. 정보화의 대부분이 SW라고 할 때 정보산업을 육성을 위해 한곳에서 규제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SW산업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 중 하나가 분리발주다. 사실 분리발주가 제반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 과연 분리발주가 가능한지 고민해보자.

◇김병국=분리발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시스템 하나 구축할 때 SW가 적어도 100여개 들어가는데 이를 모조리 분리발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리발주 할 수 있고, 분리발주 했을 때 효과 있는 분야를 가려내야 한다. 여기에 품질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만들면 전체 산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백원인=SW는 시스템SW와 애플리케이션SW 두 가지 있다. 애플리케이션SW는 분리발주 하는 것이 좋다. 반면 시스템SW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SW수출을 보자. 수출의 성패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SW와 애플리케이션SW의 적절한 조화다. 패키지SW와 IT서비스의 적절한 결합은 분리발주 못지않은 효과를 내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고현진=분리발주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얘기하는데 외산SW는 과연 분리발주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국내 고객이 IBM의 DB만 따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최종사용자가 직접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PC용이나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발주가 거론되는 것은 IT서비스 업체들의 횡포 때문이다. 이 횡포를 피하기 위해 구매자가 힘들더라도 SW를 직접, 따로 구매해 달라는 것이다.

◇박재문=분리발주가 제기되는 것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협상파워 차이 때문이다. 공급자의 협상파워가 작으면 분리발주가 대안으로 제시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SW업체들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의 거래에서 가지는 협상력을 어디까지 높일 것인가에 대해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분리발주가 안됐다고 해서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시리즈를 통해 하반기에 담았으면 하는 내용이나 덧붙이고 싶은 사안을 말해 달라.

◇백원인=공공프로젝트는 설계변경이 많다. 공공발주 시범사업은 실제 원가의 50%가 예산으로 잡히는 데도 불구하고 업체 입장에서 수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본 사업 때문이다. 설계변경으로 인한 과도한 부담이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에 돌아가는데 이런 부분은 시정돼야 한다. 또 정부의 정책기금이 있는데 산업육성보다 투자 핫머니로 관리된다. 핫머니로 투자할 것이 아니라 산업육성을 위한 기금으로 쓰여야 한다.

◇강태헌=SW산업 육성의 기본은 품질과 서비스다. 이는 물론 기업의 몫이지만 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은 언론이나 정부가 나서야 한다. 진흥원에서는 품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 국산 SW품질은 아직 미흡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다. 리눅스 같은 공개SW는 유지보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조풍연=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 인력이다. 수급이 안 될 뿐더러 키워놓으면 대기업에 뺏긴다. SW를 전공으로 지원하는 학생도 드물다. 기업은 급한 나머지 학원이나 학교에 의지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일부 자금을 부담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맞춤형 교육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 풍부한 인력을 가진 나라와 제휴를 맺고 필요할 때 수급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하자.

◇고현진=시장의 단기적 효과를 위해 중앙부처 발주대행센터를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만들어낸 각종 제도를 발주센터에서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다. 조만간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와 정부 모두가 시장창출에 힘을 써야 한다.

◇강태헌=발주대행센터가 만들어지더라도 확실한 법·제도 시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유명무실이다. 근본적인 공정 경쟁 환경과 품질혁신이 없이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박재문=SW기업의 경쟁력을 잘 분석해 봤으면 좋겠다. 무엇을 가지고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를 말이다. 또 공개SW가 우리 자체기술 확보를 위한 대안인지 아닌지, 해외시장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 정리=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