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요금구조가 발목잡아
“디지털 케이블TV의 적은 디지털위성방송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마케팅해온 아날로그 케이블TV입니다.”
CJ케이블넷의 강명신 부장은 단언했다.
소비자 시각에서는 30∼60개 채널을 월정액 2000∼7000원으로 제공하는 아날로그 케이블TV가 화질이 조금 좋아졌다는 디지털 TV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아날로그 케이블TV 가격은 해외 어느 나라보다 저가로 왜곡돼 있다. 필리핀이 11달러선인데 국내는 6달러다.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필리핀이 2배가량 많다.
소비자가 갑자기 100개 채널짜리 디지털케이블상품이 나와도, 매월 2만원을 주고 가입할 리 만무하다.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사실 아날로그 케이블TV 가격 왜곡은 SO 업계와 방송위가 절반씩의 책임이 있다. SO는 지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같은 지역에 있는 경쟁사업자인 다른 SO나 RO사업자를 누르기 위해 원가 이하의 마케팅을 펼쳤다.
방송위는 이 같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팔짱끼고 수수방관했다. 방송위 정책상 케이블TV가격은 상한제만 있을뿐 하한 규제는 없다. 한때 아파트 등을 무대로, ‘2년 무료’ ‘3년간 500원’등의 상품까지 난무하기도 했다.
아날로그 시장 왜곡을 먼저 고치지 않는 한 디지털전환은 요원한 셈이다. 그렇지만 이른바 SO의 요금 정상화 노력에 대한 방송위의 정책적인 지원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저가에 익숙해진 소비자와 이를 등에 업은 시민단체들이 요금 정상화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굳이 전면에 나서기 싫은 게 방송위의 속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킬러 콘텐츠`확보 시급하다
디지털 케이블TV가 시장 진입에 애를 먹는 원인으로 △콘텐츠 부재 △화질 향상 미흡 △자본력도 꼽힌다.
디지털 케이블TV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공급되는 방송채널은 아날로그 시절과 다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PP가 ‘디지털 전용 채널’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 온미디어가 스토리온이라는 채널을 하나 구성했을 뿐이다. 현재의 아날로그 상품과 디지털 SDTV 상품을 비교하면 전체 채널 수는 증가했지만 고음질과 5.1채널 디지털 사운드를 제공하는 스토리온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디지털 온리’ 채널은 전무한 실정이다.
소비자를 디지털 케이블TV로 유인해 올 ‘킬러 콘텐츠’가 없으면 최소한 화질 우수성을 갖춰야 하지만 이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디지털케이블TV는 표준형(SD급)에 머무르는데 이는 아날로그TV와 화질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케이블TV에서는 가장 화질이 좋은 채널은 지상파의 디지털방송 재송신 채널이다. 바이패스해서 HDTV로 보면 최고 화질인데 이는 아날로그 케이블TV 상품으로도 볼 수 있는 채널이다.
디지털 전환이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권역 5분의 1 제한’도 지적된다. 티브로드·씨앤앰·CJ케이블넷·HCN·큐릭스 등 MSO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디지털 전환 투자를 감행중이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SO가 독자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SO업계 재편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야 하는데 이를 위해 5분의 1 제한을 3분의 1로 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SO업계는 “방송법에서 SO에 대한 규정으로 전체 방송권역의 5분의 1 제한 및 매출액의 33% 제한 등 이중규제를 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아날로그TV와 SDTV 화질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