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도 인력 없이는 안 된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기술·인력·지역연구팀장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순조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인력을 제때 공급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팀장은 “산술적으로 본다면 현 실업자의 4분의 1만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중소기업의 임금·복리 수준 등에 따른 보상 불균형 △학교 교육과정과 기업 현장수요의 불일치에 따른 숙련 정보 불균형 △정확한 중소기업 정보의 수급 불균형의 세 가지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보상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현상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에 따라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숙련 및 정보 수급에 따른 불균형은 중소기업 혼자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가 벅차다.
정보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 우수 인력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정보 제공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 규모별로 분류해 임금·복리 수준 등 현황을 알리고, 흩어져 있는 개별 중소기업의 정보·임금·비전·기술 수준 등의 정보를 DB화해 홈페이지 형태로 구직자가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국민이 중소기업을 올바로 알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의 종합 계획이 필요하다. 기존의 피상적인 중소기업 현장 탐방 프로그램은 지양하되, 대학생이 중소기업 현장에서 직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달 중소기업청이 시행한 ‘대학생 창업가 정신 함양 프로그램’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고려대·서울대·연세대·한양대 4개 대학 공과 대학생 190여명은 이 프로그램으로 NHN 등 37개 중소·벤처기업에서 생산 및 품질 관리 등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고 학점도 받는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기술 인력난이 심각한 지방 대학으로 확산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초·중·고교생이 정확히 중소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2월부터 교육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과서 개선을 추진키로 한 것이나 중소기업중앙회가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만화 CD를 배포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산·학 협력 인프라 구축 사업도 일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원 임용 시 산업체 경력 인정 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산·학 협력에 따른 기술 개발 중심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운용하는 등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노동부·산자부·정통부·병무청·중기청 등 여러 정부 부처에서 제각기 운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인력 지원 프로그램도 거시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현재 중기청장은 “청년 실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과 중소기업 간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며 “향후 인식 전환에 초점을 맞춘 중소기업 인력 지원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