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전에 큰 구멍이 뚫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승강기 안전관리제도의 부실은 물론 산업구조의 문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 네 건 중 한 건 가량은 정기적인 점검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발생, 안전관리의 헛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관리제도 개선은 물론 영세업체들이 난립한 보수업계의 구조조정과 유지보수 하도급제 폐지 등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수업체 부실이 1차원인= 업계는 1차적 원인으로 유지보수업체의 난립을 꼽았다.
엘리베이터 관리는 제조사가 직접 하는 경우는 드물고 제조사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나 독자적인 보수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들 600여 보수업체중 절반 가량이 관리 대수 100대 이하의 영세 사업자다.
사고가 난 부산의 엘리베이터도 11명 직원이 일하는 소규모 보수업체가 담당했다. 이들은 1∼10명 규모로 매년 200곳 가량이 신생 업체로 등장하는 등 부실을 양산하는 구조다.
유지보수도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고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전기전자 부분은 보수업체가 손을 댈 수도 없어 방치되고 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김길수 차장은 “유지보수 업체 선정시 출동 비용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경쟁하니 부품교체 등 제대로 된 관리가 불가능한 것”이라며 “제조사가 유지보수부터 보상까지 책임지는 풀매니지먼트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도급 제도가 부실화 야기= 반면 보수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이 국내시장을 독점한 다국적 기업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보수 시장의 50% 가량을 지배하면서 하도급 형태로 보수계약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보수업체들은 원가이하의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이광래 전무는 “다국적 기업이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관리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보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술서비스인 엘리베이터 보수에 하도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구조 개선해야= 취약한 산업구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므로 구조개선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술표준원은 9월말까지 △안전관리제도 △안전기술선진화 △산업육성을 내용으로 하는 승강기 산업발전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승강기안전관리원 엄용기 팀장은 “유지보수업체의 전문화,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하도급을 금지하고 책임유지보수 계약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특히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전기전자 오류에 따른 사고가 전체의 25% 가량을 차지하는데 3∼4개의 제조사뿐 아니라 전문 유지보수업체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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