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명곤 장관의 줄타기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5일 업무 추진과정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장관은 3월 27일 취임식 당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창조자가 광대’라며 자신이 광대가 되겠다는 ‘광대론’으로 화제에 올랐다.

 연극영화인으로 잘 알려진 그가 장관에 임명되자 현장 예술인 출신이 관료 사회에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감도 많았다.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은 취임 후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이른바 ‘현장 중심의 문화행정’을 펼치며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가 특별한 이슈가 없는 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는 탓에 김 장관을 제대로 평가해 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제 김 장관이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때가 온 것 같다. 최근 문화부는 신문법 일부 위헌 판결과 사행성 게임 확산,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문제로 사회적 이슈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시의적절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중장기적 과제, 현안과제 등으로 나눠 확신에 찬 어투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보면 그동안의 업무 추진 내용을 보고하는 ‘수박 겉핥기’에 그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문화부가 금지옥엽으로 키워 온 게임산업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사행성 게임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또 정치적인 문제가 얽힐 경우 그만큼 문화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장관 업무에 대해 ‘절벽의 줄을 타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제까지는 초보적인 줄타기를 해왔으나 익숙해지면 더욱 화려한 재주를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그 약속에 맞게 김 장관이 현안과 관련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기존 정책이 잘못됐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용단도 내려줬으면 한다.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이왕 줄을 탔으니 훌륭한 광대처럼 더욱 과감하게 줄을 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게 우리 관객의 심정이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