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산업 집적화단지가 조성돼 있는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그 곳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한국광기술원(원장 김태일) 실험동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 건물에는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광통신 부품에 대한 국제공인시험기관의 자격을 획득한 특성·신뢰성시험센터(센터장 박종혁)가 들어서 있다.
1층 신뢰성시험실과 2층 특성시험실에 들어서면, 장마철의 무덥고 습한 바깥과는 다른 시원한 기온이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광통신 부품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분배기(스플리터)·패치코드·광감쇄기 등 광통신 부품의 신뢰성을 측정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에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이 배어있다.
문남미 연구원은 “광통신 부품이 공급되기 전에 기능과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지를 시험하는 곳”이라면서 “믿을만한 시험 및 측정 성적서를 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와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총 사업비 100여억원이 투입돼 설립된 특성·신뢰성시험센터에는 수동 및 능동형 광통신 부품의 특성과 신뢰성을 측정·평가할 수 있는 140여 품목 300여 장비가 구축돼 있다. 광관련 부품의 장비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센터는 지난해 5월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에 이어 최근에는 ‘국가공인교정기관’ 자격까지 획득, 광통신계측기에 대한 교정 성적서 및 교정 필증을 발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시험지원센터로서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그만큼 업체들의 업체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센터가 발행한 시험성적서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일본·유럽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광통신 부품을 테스트중이던 이석호 신한포토닉스 광네트워크 연구소장은 “품질관리와 기술능력까지 한꺼번에 검증받을 수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라며 “이곳에서 검증된 부품의 품질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한포토닉스가 지난해 세계적 통신회사인 스웨덴 에릭슨에 400만달러 어치의 광통신 부품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센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 소장은 덧붙였다.
센터는 지난 한해 48개 기업에 231건의 특성·신뢰성 시험을 지원했으며 이중 22개 업체에 대한 시험인증 성적서 발급을 통해 367억원에 달하는 매출실적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4개 기업에 180건을 지원했으며 13개 업체에 성적서를 발급, 33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등 갈수록 기업지원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광통신 부품업체 포미의 허상호 영업총괄이사는 “제품 생산 및 개발에 필수적인 고가장비가 갖춰져 있는데다 짧게는 3∼4일 내에 정확한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센터의 기업지원 효과는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광통신 업체들이 기존 국내기관에서 교정을 받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대략 2∼4주 정도. 외국에 의뢰할 경우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이러한 교정기간도 문제지만, 그 기간에는 거의 생산활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손실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센터가 국제공인시험기관과 국가공인교정기관으로 동시에 인정되면서 광통신 부품업체에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센터는 광주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다른 지역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 광통신 부품 위주의 시험지원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카메라 모듈 등으로 지원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박종혁 센터장은 “광부품 생산의 전문적인 국가공인교정기관의 위상을 확보해 나갈 뿐만 아니라 국내 광산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