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수술 칼을 잡았다.
퇴행성골관절염 등으로 망가진 무릎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꿔 넣는 수술에서다. 망가진 관절을 잘라내야 하는 이 수술은 얼마나 정밀하게 뼈를 도려내느냐가 관건이다. 사람의 손으로 잘라내면 아무래도 손이 떨리거나 정밀도가 떨어지기 마련.
수술로봇은 CT촬영 등으로 얻은 3차원 영상 이미지를 보면서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설계한 뒤 0.1㎜ 이하의 오차로 정밀하게 잘라내 수술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더구나 무릎을 중심으로 16∼20㎝ 절개해야 했던 데서 최소침습 로봇기술을 적용, 10∼11㎝만 절개해도 되기 때문에 수술후 회복이 빠르고 통증과 흉터 크기도 작다.
이같은 로봇 관절수술을 1600차례 해온 이춘택 이춘택병원 원장은 “사람이 잘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수술하기 때문에 컨디션에 따른 결과의 차이가 없고 회복속도도 절반 이상 단축됐다”고 평가했다.
배를 절개해 장기를 만지는 복강경 수술에도 로봇의 활약이 크다. 배를 절개하는 대신 배꼽이나 주변에 0.5∼1㎝의 구멍을 뚫은 뒤 수술도구와 카메라를 가진 로봇을 3차원 모니터와 조이스틱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카메라가 수술시야를 10∼15배 확대한 뒤 3차원 화면으로 재구성하므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암 수술은 지금까지 수술이 신경망 훼손으로 성기능을 저하하는 데 반해 신경막 훼손을 막아 환자의 소변 조절 능력이 22%p 이상 향상되고 성기능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같은 수술은 미국의 수술로봇 다빈치가 대표적으로 현재 전립선암, 위암, 담도낭종, 흉강내 종양, 자궁암 수술 등에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현재 전체 수술의 20∼30%를 차지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이 향후 70∼8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엔 뉴욕에 있는 제크 마레스코 박사가 프랑스에 있는 여성의 담낭을 제거하는 원격 수술까지 성공해 의료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밖에 수술실 간호사 로봇으로 14개 이상의 수술도구를 의사의 음성에 대응해 다루는 페넬로페, 정형외과 로봇인 로보닥, 수술보조에 쓰이는 이솝 등의 로봇이 수술실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아직 미흡하다. 10여곳의 일부 병원에서 로봇 수술을 시도하고 있지만 확산속도는 아직 느리다. 고가 장비 및 기구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혜택이 제한적으로 적용돼 환자 부담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우 레지던트 인력이 충분히 공급돼 굳이 로봇을 쓸 이유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서도 한의학 연구원이 로봇이 손목에 압력을 가해가며 변화하는 맥을 짚는 지능형 맥진로봇을 개발했고 카이스트 권동수 교수, 이정주 교수 등이 위복강경 수술 로봇과 미세수술용 원격제어 로봇, 고관절 수술로봇을 개발했거나 개발중이다. 권 교수팀은 특히 쓸개 절재 수술에 적합한 복강경 수술 로봇을 맹장 등 다른 부분도 가능하게 하도록 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세대 지능형 수술시스템 개발센터는 신체부위를 최소한 절개해 시술하는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척추, 신경외과 뇌수술,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이춘택병원도 로봇연구팀을 구성, 외산 수술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국산화에 한창이다. 삼키는 캡슐형 내시경도 개발됐고 이는 간단한 수술도구와 이동제어 기능을 갖춘 내시경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산업화로 연결시키는 동력은 아직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큰 이유는 의료용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산업기반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용 로봇 분야는 특히 개발에 이은 상용화, 의료기구 승인까지 거치려면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외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고 의료용 로봇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로봇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산업기반이 없어 상용화되지 않는 안타까운 일이 지속되고 있다. 권동수 카이스트 교수는 “로봇 수술 시스템을 국내서도 수년째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업화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며 “다빈치와 같은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면 성능면에서 세계적 수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진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의사와 연구자들에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체탐방](12)미니로봇
<미니로봇>
인원(연구인력): 14명(8명)
설립: 2000년
매출: 2005년 22억원(2006년 1분기 8억원)
제품군: 엔터테인먼트로봇, 교육용 로봇, 전시용 로봇, 배틀게임로봇
회사비전: 에듀테인먼트(에듀케이션+엔터테인먼트) 로봇 전문기업
미니로봇(대표 정상봉 htttp://www.minirobot.co.kr)은 관절형 엔터테인먼트 로봇 분야 및 교육용 로봇 분야의 대표기업이다. 다양한 요구가 발생하는 교육 시장에서 로봇 교육제품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 정상봉 사장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로봇에 접근하는 방법을 청소년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미니로봇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미니로봇은 재미있고 쉽게 로봇을 학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로봇 연구는 좀 더 인간적인 로봇을 지향하는 휴머노이드 타입의 로봇이 출현하면서 또 다른 전기를 맞게 됐다. 2001년 삼성전자와 프로토 타입 휴머노이드 ‘앤토’를 개발하면서 오락용 휴머노이드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해 저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기술을 확보했다.
미니로봇은 로봇을 이용한 게임대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1년에 두 차례 청소년 로봇 게임대회를 단독으로 개최하는 등 로봇 게임 문화의 활성화에 노력해왔다. 2004년 인천에서 ‘대한민국 로봇 대전’을 개최하면서 전국적인 로봇 게임 문화를 확산시켰다.
2004년엔 휴머노이드 게임 로봇과 교육 로봇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로보노바’라는 저가형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시작해 1년간의 노력 끝에 저가 휴머노이드를 개발했다. ‘로보노바-1’은 각종 전시회에서 단연 모든 사람의 인기를 끄는 로봇이 됐다. 이를 로봇 교육에 접목하겠다는 사용자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며 시판 6개월 만에 1000대의 판매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니로봇은 이를 기반으로 EBS의 로봇파워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로봇스포츠의 문화코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로보노바-1’보다 작고 저렴한 ‘로보노바 미니’를 개발,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원격지에서 조정되는 네트워크 로봇게임 시스템을 KT와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다.
정 사장은 “기업의 목표는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로봇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휴머노이드의 대중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