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스캔들로 인한 파문이 미국 IT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이 스톡옵션 비리혐의로 법정소송에 휘말리고 미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이 조사에 들어간 수십개 IT기업들의 주가가 잇따라 폭락하는 등 파장이 잦아들기는 커녕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때 미국 IT산업에 유능한 인재를 끌어 들이고 일확천금을 보장하던 스톱옵션 제도가 이제는 IT업계에 독으로 바뀌게 됐다.
<>60여 IT업체 망라=현재 스톡옵션 스캔들에 휘말린 IT기업은 애플 외에도 몬스터 월드와이드, 브로드컴, 이쿼닉스 등 60여개에 달하지만 SEC와 검찰은 조사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기업들도 서둘러 내부 감사에 착수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알아서 공시하는 등 미국 IT업계 전체가 스톡옵션 문제로 홍역을 치루는 상황이다.
이번 스톡옵션 스캔들이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경영진의 스톡옵션 부여시기를 고무줄처럼 조정해 시세차익을 늘리는 것은 IT업계의 숨겨진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애플도 대상= 애플은 전날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과 산타클래러 카운티 상급법원에 스톡옵션 비리와 관련한 2건의 소송이 제기됐다고 확인했다.
애플은 1997∼2001년 사이에 스티브 잡스 회장을 포함한 일부 임원들의 스톡옵션 부여시기를 주가가 낮은 시점으로 소급적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 회장은 지난주 “빠른 시일내 스톡옵션 비리와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면서 자체 감사팀과 외부 법률회사에게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으나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도 과거에 이런 방식으로 스톡옵션을 일부 챙겼다가 문제가 되자 지난 2003년 3월 관련 주식을 포기한 바 있다.
<>인텔 사업부 인수한 마벨도 연루=인텔의 통신칩사업부를 인수한 마벨 테크놀로지도 스톡옵션 비리와 관련해 SEC가 조사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5일 8% 주가가 급락했다. SW업체 머큐리 인터렉티브는 스톡옵션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 세 명을 서둘러 해고했지만 SEC의 법적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문형 반도체업체인 맥심 인테그레이티드 프로덕트와 조란도 검찰이 소환장을 발부함에 따라 혼란에 빠졌다. 조란은 지난 95∼2004년까지 스톡옵션 기록을 조사한 결과 문제점이 없었다고 강변했지만 지난 5일 주가는 하루새 9.9%나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미국정부가 스톡옵션 비리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계속 들이댈 경우 IT업체들이 막대한 벌금과 소송비용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보험업계는 스톡옵션 비리로 많은 기업 임원들이 법정소송에 휘말리자 회사 경영진의 업무상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임원배상보험(D&O)의 보장범위를 대폭 좁힌다는 계획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