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개월 만에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사장(42)과 재회했다. 시원한 말투와 미소는 여전했다. 처음에 와 닿았던 ‘여장부’ 스타일의 느낌 역시 그대로였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결 여유로워진 점이랄까. ‘포화론’이 제기되는 스팀청소기 시장에 중소기업이 너도나도 가세하며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고, 스팀다리미 역시 아직은 ‘밑지는 장사’여서 오히려 어깨가 무거울 터다.
한경희 사장은 “경쟁제품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덕분에 옥석이 가려진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와 제품 신뢰도 때문에 ‘한경희스팀청소기’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사장은 “올 매출목표인 15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3∼4년 후에는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스팀청소기 하나로 매출 1000억원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장의 답변은 간결명료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출시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한 사장이 단박에 성공 신화를 이룬 것은 아니다. 99년 회사를 설립한 후 4∼5년은 시행착오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제품만 나오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며 “2억∼3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을 눈물을 머금으며 회수한 것이 몇번인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100%가 아니면 출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도 ‘정직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3∼4년에 걸쳐 개발해 온 스팀진공청소기를 올 여름에야 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직한 회사, 영속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한 사장의 소박한(?) 꿈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올해로 회사 설립 7년을 맞는 한 사장에게 세상은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공대열에 합류하면서 주위 질시도 만만치 않아졌고, 스팀청소기 외에 신규 사업을 발굴하며 끊임없이 성장 발전해야 한다. 한 사장은 “8월께 스팀진공청소기를 포함해 3종을 출시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와 천연 염색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계획대로라면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직원들 월급을 줘 보지 못한 CEO는 경영에 임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제가 이렇게 이 악물고 사업에 매진하는 것도 그런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제 노력을 지켜봐 주세요.”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사진=윤성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