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레이닝 라이프’라는 기업은 2년 전 우범지대였던 런던 동부 이스트엔드 광장에 ‘호크스톤 어프렌티스’라는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 기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받아 실직 젊은이와 노숙자를 대상으로 음식업 관련 직업 훈련을 시켜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 취직시켰다. 지난 1년간 1700여명의 실직자가 직업훈련을 받았고 이중 80%가 취업에 성공했다.
고급 호텔 등 4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영국 에든버러의 ‘포스섹터’ 그룹은 다른 기업이 기피하는 정신질환자를 고용한다. 운영자금의 20∼40%는 정부에서 보조받는데 회사는 환자를 고용함으로써 정부의 사회보장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은 최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소셜 엔터프라이즈)’이다. 취약계층에 사회적인 일거리를 제공하지만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복지단체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만은 “최근 세계 무대에서 사회적 사업가가 주목받고 있다’며 “사회적 사업가는 경영대학원을 나온 기업가의 두뇌를 가졌지만 동시에 사회사업가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도 법·제도적인 장치만 잘 마련된다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영리·비영리 조직이 적지 않다. 한 예로 실업극복국민재단이 교보생명과 같이 운영중인 ‘교보 다솜이봉사단’은 현재 저소득층 환자에게 무료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 유료 서비스 도입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재단은 SK텔레콤·중구청 등과 함께 ‘결식이웃 도시락 공급’ 사업도 하고 있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사회적 기업 지원법’과 시행령을 완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회적 기업에 국세·지방세 혜택을 부여하고 사회보험료도 일부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에 기부금을 낸 연계기업은 기부금의 손비 처리가 가능해진다. 최근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자선활동이 세간의 화제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사회적 기업 제도가 우리 기업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장길수 경제과학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