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POSSIBLE]`스타크래프트` 일꾼으로만 AI 이기기

‘스타크래프트’에서 일꾼만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그것도 단순히 1대1이나 2대1이 아니라 3대2라는 기묘한 대전으로. 3명의 유저가 2개의 AI를 상대로 오로지 SCV와 프루브만 생산해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해봐야 안다. 백날 입으로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다. 굳이 3대2로 결정한 이유는 AI의 독특한 성향 때문이다. 만천하에 알려져 있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의 인공지능은 ‘완벽한 바보’다. 팀플레이에서 AI를 끼워주면 엉뚱한 짓만 계속 저지른다.

전투 유니트는 생산하지 않고 오로지 확장 기지에만 열을 올리거나 같은 팀이 공격을 당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는 독불장군으로 유명하다. 예전의 한 유저는 AI와 같은 편으로 게임을 하다 따로 노는 모습에 이성의 끈이 끊어져, 배틀크루저를 몰고 처참하게 살육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우리의 아름다운 고유의 속담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조금 좋은게 아니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1개의 AI와 2개의 AI는 차원이 다르다. 왜 그런지 아무도 모르지만 바보가 갑자기 천재로 돌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인간팀은 3명 정도는 돼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명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고 3명이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이었다. 착각하면 안된다. 일꾼만 생산해서 전투를 치뤄야하기 때문에 3명이 필요한 것이다. 절대로 실력이 떨어져서 그런건 아니다.

멤버 물색은 매우 쉬웠다.

“전 AI보다 떨어지는 거 아시면서….”

“제가 끼면 확실히 이기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우하하하하.”

실력이 너무 없거나 잘난 척을 밥 먹듯이 하고, 알 수 없는 웃음소리만 남기는 등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필자 주변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 그들은 제외했다. 결국 가장 무난하고 만만한 L선배와 M후배와 함께 플레이를 하기로 했다(차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은 안하겠다). 일단 방을 만들고 컴퓨터는 모두 랜덤하게 지정. 헌터스 맵에서 게임을 하기로 했다. 우리팀은 어차피 일꾼만 생산하는 것이라 자기 취향대로 종족을 마음대로 골랐다.

5, 4, 3, 2, 1. 드디어 스타트! M후배가 AI의 일꾼을 몰고 나오면 다른 하나의 AI는 L선배와 기자가 공격하기로 전략을 짰다. M후배는 하나의 AI가 일을 못하도록 훼망만 놓으면 임무를 훌륭히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반 정찰을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니, 왜 정찰을 안 하는 거에욧!”

“니가 해야지, 지금 누구한테 시키는 거냐.”

“정찰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왜 아무도 안 할까 궁금해서 그냥 내 뱉은 말입니다.”이런 연유로 초반 정찰이 다소 늦어졌다. 그런데 정찰을 하는 시간이 의외로 길었다. 마음 같아서는 금방 찾을 것 같더니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조한 마음으로 SCV를 계속 생산하며 미니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드디어 AI 하나 발견.

“발견했다. 빨리 가서 일 못하게 방해해라.”

“네….”

“끌고 다니면서 일만 못하게 하면 돼.”

“네….”

특유의 힘없는 대답으로 알았다는 표시를 한 M후배는 한 마리의 SCV를 보냈다. 아군의 SCV가 AI의 일꾼을 공격하자마자 성이 난 적들이 M후배의 일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요리조리 도망다니기 시작하는 SCV. 그 사이 다른 AI의 위치를 파악해 L선배와 서둘러 공격에 나섰다. 질풍노도의 일꾼 대부대로 공격을 하기 위해 빠르게 전진했다.



그런데 M후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선배, 얘네들 포기하고 자기 진영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뭐야? 왜?”

“제가 어떻게 압니까. 이제부터 뭐 할까요.”

“그럼 너도 일루 와서 합세해라. 여기부터 치고 보자.”

그렇게 해서 일단 AI 하나는 완벽하게 처리했다. 마린이 한 마리 나왔으나 압도적인 숫자로 밀어 붙였다. 승리는 거뒀으나 걱정부터 됐다. 다른 하나가 문제였던 것이다. 공격 유니트가 2개 이상이면 일꾼만으로는 사실 매우 힘들다. 그런데 다른 AI는 하필 저그 종족이었다. 이미 패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남은 일꾼을 모두 모으니 대략 한 부대를 조금 넘었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불리하다. 더 이상 기다릴 여지가 없었다.

곧바로 공격 명령을 전부대에 내렸고 모든 일꾼들이 삽을 던지고 몰려갔다.

AI의 진영으로 진격하자 가장 강력한 방어 유니트인 선큰이 보였다. 이런 젠장. 선큰 하나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밀여 붙였으나 후방에 무려 3개가 더 있었다. 선큰의 ‘ㅅ’ 도 건드리지 못하고 일꾼들이 모두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아.아.아.

한번의 전투가 끝나고 마련된 야전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몇 분간의 짧고 격렬한 토론 끝에 정찰이 문제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두 동시에 정찰을 실시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적을 찾아 내자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작전으로도 또 지고 말았다. AI의 일꾼을 꼬셔 데리고 다녀야 할 M후배가 중앙에서 계속 맴돌았기 때문에 공격을 하기 위해 출정하고 있던 우리 아군와 조우한 것이다. 넓은 벌판은 아수라장이 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럴커가 다가와 모두 찔려 죽고 말았다. 금방 다시 열린 야전회의는 M후배의 능력이 너무 고평가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의 역량을 지나치게 뛰어넘는 역할이었다는 판결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M후배를 대신해 AI를 꼬시기로 했고 통일감을 주기 위해 아군의 일꾼은 모두 프로토스의 프루브로 일치시켰다. 뭔가 되는 분위기.“이번에도 지면 할복을 하리라!”

비장한 각오를 세웠다. ‘AI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별명이 붙기 직전이었다. 구경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어금니를 물었다. 다시 스타트!

지금까지 플레이 가운데 가장 빠른 정찰을 통해 적들의 위치를 찾아냈고 AI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다른 두 명은 또 하나의 AI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AI의 일꾼은 시간이 지나자 주춤거리며 돌아가려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여기서 이들을 놓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적에게 홀로 덤벼 들었다. 그러자 돌아가려던 놈들이 다시 쫓아 오기 시작했다. 딱 한 마리가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기지로 돌아갔으나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쫓고 쫓기는 자들의 공방이 지속되는 사이 승전보가 울렸다. 다른 AI를 완전히 전멸시킨 것이다.

“우헤헤헤∼ 이겼다. 거시기야 조금만 기다려라. 프루브 모아서 그쪽으로 가마.”

L선배의 기쁨에 떨리는 목소리였다.

“빨리 와야 해요. 지금 기지로 돌아간 놈이 있어요.”

마지막 남은 AI를 향해 모인 일꾼은 총 7마리. 그러나 시간을 주면 줄수록 유리한 점이 하나도 없다. 곧바로 진격을 했고 필자는 끝까지 AI 일꾼과 숨박꼭질을 했다. 동시에 공격에도 어느 정도 가담했다. 적진에 도착하니 마린 한 마리가 보였다. 모두 달려들어 불태워버렸다.

여러 마리로 불어난 AI의 일꾼들은 얌전히 일만 하고 있었으나 용서는 없다. 배럭에서는 불빛이 번쩍거렸다. 곧 마린이 또 생산되리라. 치열한 전투가 벌여졌다. 마린이 한 마리라도 나오면 패배였다. 건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AI의 일꾼들을 교란시키며 분열시켰다. 마지막 순간에 마린이 한마리가 나왔으나 지원부대까지 도착한 우리팀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아아, 드디어 이겼다.”

“푸하하하, 내가 말했잖아 이기는 게임이라고.”

AI들은 모두 전멸했고 텅 빈 기지에 승리의 함성만 울렸다. 그렇게 해서 3대2라는 엽기적인 ‘스타크래프트’ 플레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실로 인내와 끈기, 투 혼, 전략이 만든 눈물의 합작품이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