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기자의 체험기]`슬러거`-완성도 높은 플레이…

온라인야구게임의 매력은 역시 멀티플레이다. 야구게임 자체의 재미에 얼굴도 모르는 유저와 한판 벌이는 승부가 포인트다. ‘슬러거’는 지금까지 공개됐던 온라인야구게임 가운데 가장 리얼한 표현과 시스템을 자랑한다. 카툰렌더링 그래픽은 치밀하고 플레이의 완성도는 클로즈베타테스트(이하 클베)답지 않게 높다. ‘슬러거’가 만루홈런을 때리고 캐주얼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

야구게임의 역사는 매우 깊다. 초창기 가정용 게임으로 테니스가 등장했다지만, 야구 역시 만만치 않은 관록을 자랑한다. 스포츠만큼 게임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콘텐츠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포츠들은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지닌 야구게임에는 오래된 유저들이 존재한다. 온라인으로 만들어 공개했을 때 기존 야구 마니아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개발사 입장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슬러거’를 실행하고 게임으로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다. 강제로 이어지는 튜토리얼 모드 때문이다. 모든 게임은 조작법과 대강의 내용은 알고 시작해야 훨씬 재미가 있다. 그러나 귀차니즘의 발병은 게임 유저에게 흔하게 자리잡고 있는 병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의 유저들은 초보들이 익숙해지는 과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추방하기가 일쑤다.

그래서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게임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대책의 일환으로 최근 보이고 있는 것들이 강제 연습 모드로 직행하는 구조다.

‘슬러거’의 튜토리얼 모드는 매우 인상적이다. 출판 만화의 한 페이지를 스캔해 올려 놓은 것처럼 화면이 보인다. 하나의 컷들이 동영상으로 움직이면서 전체 화면으로 확대되는데 여기서 유저는 실제 게임플레이 화면으로 연습을 하게 된다. 투구, 타격, 조작법 등으로 구분했으며 확실히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물론 재미는 없다. 강한 인내력을 가지고 임해야만 겨우 넘어갈 수 있다. 덕분에 조작법은 제대로 기억할 수 있었으나 튜토리얼 모드를 강제로 진행하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든지 ‘강제’는 안 좋은 법이다.

연습 모드를 통과하면 싱글플레이가 가능하고 멀티플레이인 시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나머지 일반적인 메뉴들은 차후에 공개될 예정이다.게임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 그 자체다. ‘슬러거’의 완성도는 앞서 말한 것처럼 매우 높다. 투구와 타격이 조화를 이뤄 어느 한쪽으로 몰려있지 않다. 익숙해지는 시간이 긴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투구하는 법은 기존의 패키지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으나 의외로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게임이라고 해서 원하는 곳으로 척척 던질 수 없도록 게이지 타이밍 시스템을 도입해 연습이 필수다. 익숙해져도 실수가 나오며 그 실수는 곧바로 안타와 홈런으로 이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타격은 어떤가. 타격 역시 쉽지 않다. 방망이 모양의 그림자가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 있어, 유저는 자신이 휘두르는 야구 배트의 궤적을 미리 알 수 있다. 그런데 투수가 던지는 공이 매우 빠르다. 결코 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이 빨갛게 변하는 순간이 오는데 이 때가 바로 치는 타이밍이다. 한번 방망이를 돌리고 나면 게이지가 나타나 정확한 타이밍에 맞았는지 보여준다. 물론 방망이는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즉 배트 한가운데 맞추는 홈런을 치기란 대단히 어렵다는 말이다.

‘슬러거’는 타격과 투구를 모두 쉽지 않게 해 놓았다. 어려운 것과 쉽지 않은 구조는 다르다. 어려운 것은 연습을 매우 많이 해서 겨우 익힐 수 있는 시스템이고, 쉽지 않은 것은 눈 감고 휘둘려도 홈런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기존의 온라인야구게임들이 재미있게 한다고 해서 쉽게 만든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완성도가 높아 유저가 연습한만큼 결과가 나오도록 설계가 돼 있다. 클베인데도 아무런 문제없이 플레이가 가능하다. 랙도 없고 그래픽 문제도 없으며 싱크도 잘 맞아 떨어진다. 특히 카툰렌더링을 사실적으로 접근한 모습은 인상적이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문제는 대중성이다. 야구는 사실 지루한 스포츠다. 턴 방식으로 9회까지 플레이한다. 장시간 동안 긴장되지 않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야구게임은 리얼한 모습보다는 화끈하고 스피드한 것을 추구했던 것이다. 여기서 ‘슬러거’는 대중과 호흡하기보단 마니아들을 선택했다.

1차 클베에서 슬쩍 보였던 엄청난 난이도가 이를 증명한다. 일반 사람들은 야구보단 게임을 하길 원한다. 마니아들은 게임에서 야구를 찾으려고 하겠지만, 어떤 타깃층을 선택할지는 순전히 개발사의 선택이다. 그러한 면이 스스로 목을 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뿐이다. 지금까지 야구게임이 대히트를 기록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야구게임들은 대중성을 앞세운 것들이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정답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잘 만든 게임이 반드시 성공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