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럴땐 e런 게임]뭔가를 부수고 싶다면

고단한 인생을 살다보면 다 때려 부수고 싶을 때가 반드시 온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슴에 구멍이 나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너무 약하다. 기껏해야 실내 야구장에서 배트를 휘두르거나 펀치 머신에 주먹을 꽂아 넣는 것이 전부다. 술이나 담배는 몸에 해롭고 과하면 아무 잘못 없는 선량한 시민한테 피해만 가기 십상이다.

게임은 이러한 분노의 주먹을 받아 들일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다. 뭔가를 부수고 싶다면 ‘퀘이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작품은 FPS의 대부로 알려져 있으며 ‘언리얼’과 쌍벽을 이룬다. ‘퀘이크’ 중에서도 ‘퀘이크 3: 아레나’가 가장 적합하다. 멀티플레이 전용으로 개발됐으나 싱글플레이도 물론 가능하다. 컴퓨터 인공지능을 최대한 낮게 설정하고 플레이하면 식은 죽 먹는 것처럼 적들을 사살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매우 빠르게 게임이 진행된다. 또 등장하는 무기가 엄청나다.

개틀링건부터 레일건까지 파괴력 높은 놈들로만 구성돼 있다. 가장 약한 것이 개틀링건이니 말 다했다. 스트레스 해소는 ‘퀘이트 3: 아레나’ 10판이면 확실하다.

FPS가 어지럽고 컨트롤이 짜증나는 유저라면 ‘미스터 드릴러’가 있다. 이 게임은 실로 단순함의 극치를 달린다. 드릴을 이용해 밑으로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산소 아이템만 먹으면 만사 오케이.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 작성이 목적이다. 지구를 뚫고 지나간다는 각오면 충분하다. 몇 번만 하면 속이 시원한 상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귀찮다면 원시적인 작품이 있다. 바로 ‘두더지’다. ‘두더지’는 커다란 망치를 들고 머리를 내미는 두더지를 통쾌하게 때리는 게임이다. 9개의 두더지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튀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증오의 대상이 여기 있다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망치를 휘두르면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단점은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 잔돈을 두둑히 준비하고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될때까지 동전 투입을 멈추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80년대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작품 가운데 ‘버블 보블’이 있다. 작고 귀여운 아기 공룡이 100개의 맵을 돌아 다니며 비누거품으로 몬스터를 공격하는 작품이다. 비누거품에 갇힌 몬스터는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데 이를 공룡이 터뜨리면 몬스터가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버블 보블’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전국의 초중고생들을 중독으로 빠트렸다. 특히나 여자 아이들이 이 게임을 좋아해 오락실에서 남자가 아닌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보기드문 광경도 선사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사 타이토는 ‘버블 보블’ 시리즈를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인기가 약하지 않아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최신작은 PSP로 발매돼 언제 어디서나 아기 공룡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99개의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면 마지막 100번째가 경이롭다. 커다란 공룡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보스까지 물리치면 우리의 주인공들은 사람으로 변신한다. 추억의 영화와 음악이 어떤 의미를 주는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 작용을 한다. 그 시절 아기공룡을 마술처럼 부리던 그 아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개발사: 타이토 유통사: 사이버제넥스프론트코리아 플랫폼: PSP 장르: 액션 가격: 미정 플레이 인원: 1∼2명 등급: 전체이용가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