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자주 쓰인다. 모든 일의 성패가 운에 달려 있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게임의 ‘의외성’을 빗댄 말이다. 게임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외적인 요인에 의해 의외의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운도 결국 기술이다. 그 운을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마케팅이다. 얼마나 기술적으로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는 확연히 달라진다. 성공한 게임 뒤에는 그래서 늘 탁월한 마케팅이 뒷받침되기 마련이다. 게임 마케팅 성공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전국민의 꼭 3분의 1이 한번쯤은 즐겨보았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게임. 온라인 게임의 선순환을 이끈 대표작. ‘포스트 스타리그’의 선두 주자. 넥슨(대표 김정주)의 빅히트작 ‘카트라이더(카트)’를 얘기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카트’를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난 2004년 오픈 이후 범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트’의 성공 요인은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넥슨만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만들어낸 ‘후천적 신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넥슨은 이 게임의 성공을 위해 ▲DB마케팅 ▲제휴마케팅 ▲스타마케팅 ▲e스포츠 마케팅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마케팅 기술을 십분 활용했다.
이중에도 ‘카트’의 오늘을 만들어낸 마케팅 기법중 가장 눈여겨봐야할 부분이 ‘제휴 마케팅’이다. ‘카트’는 업종을 망라한 굴지의 기업들과 활발한 제휴 사업을 통해 온라인 게임의 파급력과 그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보였다.
‘카트’는 실제 작년 1월 ‘훼미리마트’와 제휴해 ‘카트라이더 삼각 김밥’을 출시, 하루 13여만세트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다. 당초 예상 판매량의 300%를 뛰어 넘는 놀라운 결과였다. 특히 KTF Bigi요금제와의 제휴 때는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인해 KTF Bigi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한국코카콜라, BMW MINI, 메가박스 영화관, 싸이월드, 온게임넷, 현대-기아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차례로 손잡아 대 성공을 거두는 등 온라인게임 마케팅사에 또하나의 획을 그었다. 이같은 제휴 마케팅은 게이머들에겐 더 큰 즐거움을, 타사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과 해당 기업에게는 온라인 상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고취, 젊은 층의 고객 활성화, 판매 촉진 등의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온·오프라인이 연계한 온라인게임 마케팅의 ‘윈윈모델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카트’의 제휴 마케팅은 PPL로 이어져 영화·드라마에 이은 또하나의 PPL 시장을 창출했다. 2002년 ‘비엔비’가 KFC를 유치하는 등 일부 게임이 ‘카트’에 앞서 PPL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카트’만큼 다양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성공적인 PPL을 만들어낸 곳은 없다. 최근엔 ‘카트’ 내 광고판이나 울타리, 시상대 등에도 다양한 형태의 PPL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PPL은 게임을 미디어로 활용해 특정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는 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넥슨 입장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넥슨의 민용재 마케팅본부장은 “게임 기획 단계서부터 레이스 진행 도로 양 옆의 펜스를 광고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PPL을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휴 마케팅을 통해 넥슨이 거둔 최대의 수확은 언제 어디서나 ‘카트’ 캐릭터와 브랜드를 노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민게임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카트라이더’가 가는 곳으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사람, 바로 민용재이사(33)다. CCR에서 ‘포트리스’ 사업본부장을 맡다 넥슨으로 자리를 옮긴 민 이사는 그동안 넥슨 내에서 ‘카트’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진두 지휘하며 ‘카트 신화’를 창조하는데 톡톡히 기여했다.
-‘카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초기엔 대중을 대상으로한 게임 알리기에 역점을 두었으며 이후 시의적절한 이벤트를 통해 붐을 이루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제휴 마케팅이나 e스포츠 마케팅 등 게임의 영역을 확장하는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무래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다른 업종과 제휴 및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때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게임의 파워 등에 대해 초기에 설득하는 부분이 힘들었다.
-마케터로서 ‘카트’를 평가한다면.
▲‘카트’는 재미있고, 입문하기 쉬우며, 즐길수록 다이내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로서 기획 단계서부터 마케팅을 잘 고려한 잘 준비된 히트상품이다.
-현재 준비 중인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늘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올 여름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특별히 e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남성 정통 리그, 직장인 리그, 여성 리그 등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다른 업종과의 제휴도 더욱 다양화해 유저들이 보다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할 것이다.
-게임 마케팅 특유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일반 제품이 TV단막극이라면 온라인 게임은 긴 ‘장편 드라마’다. 한번 제품을 출시하면 끝나는게 아니다. 끊임없이 유저들의 의견과 니즈를 파악해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마케팅 철학이 있다면.
▲내가 맡고 있는 게임에 대한 존경, 개발자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게이머에 대한 존중, 바로 이 세가지를 지키자는 것이다.‘카트라이더’는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캐릭터를 이용해 새롭게 탄생시킨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다. 최신 3D 기술을 이용하여 캐릭터 및 게임 배경을 카툰렌더링 즉, 만화처럼 친근하게 표현, 2004년 6월 오픈베타 직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단 몇 개의 키만 익히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쉽고 플레이
시간이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게임으로 발돋움했다. ‘카트’는 현재 누적 총 회원 수가 1600만명에 이르며 최고 동접 22만명 등 한국 온라인게임사에서 당분간 깨지기 힘든 수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카트가 걸어온길>
2004년 3월=게임 공개
2004년 6월1일=오픈 베타
2004년 7월27일=동접 3만돌파
2004년 8월10일=동접 5만돌파
2004년 8월18일=상용화
2004년 8월24일=월 매출 10억 달성
2004년 10월1일=문화부 ‘이달의 우수게임’ 선정
2004년 10월25일=동접 10만 돌파. 월 매출 20억 달성
2004년 12월2일=PC방 점유율 ‘스타크’ 추월
2004년 12월9일=대한민국 게임대상 인기상 수상
2005년 1월=동접 16만명, 회원 수 800만명, 월 매출 30억 돌파
2005년 3월=동접 22만명, 회원 수 1100만명 돌파
2005년 12월=네이버 선정 2005년 검색어 순위 총괄 1위
2005년 12월=삼성경제연구소 선정 10대 히트상품 중 7위
2006년 6월=회원 1600만명, 평균 동접 12만명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