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무섭게 질주하는 중국

중국 e스포츠 시장이 급성장하며 아시아의 중심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e스포츠를 부러워만 하던 중국이 한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해 종주국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는 것. 이 때문인지 많은 국제대회 주관사들은 한국 e스포츠의 잘 짜여진 시스템을 칭찬하면서도 규모가 큰 중국시장에 더 군침을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시아에서 한국 e스포츠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한국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는 많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직 대부분 국가대항전 개념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 실정.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국과 연계한 국가대항전 수준의 많은 대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자국에서도 다양한 국제 대회를 개최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근래 들어는 여러국가가 참가해 순위를 매기는 진정한 국제대회를 지향하고 있는 주관사들조차 중국 개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올 들어 단 한차례도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물론 중국도 아직까지는 국가대항 성격의 대회를 제외하고는 국제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대회가 중국 주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국제대회 주관사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세계 게이머들이 참가하는 ESWC가 2007년 시즌에 아시아에서의 개최를 희망하고 있고 아시아라면 ESWC측에서 가장 눈독을 들일 만한 시장은 중국일 확률이 높다”며 “ESWC 차이나에서 중국팬들에게 각종 설문조사를 실시 하는 등의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세계의 많은 e스포츠 관계자들이 아시아의 e스포츠 허브를 중국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그렇다면 이렇듯 e스포츠에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이 주변부로 전락하고 중국이 아시아 e스포츠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아시아에서 e스포츠 붐이 일어난 곳은 한국과 중국 두 곳 뿐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콘솔이 강하기 때문에 그 성격상 e스포츠가 발전하기 힘들었던 것.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e스포츠가 생성 발전됐으며 여타 국가들이 그 체계적인 시스템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5월에 항저우에서 열린 한국 주관의 WEG마스터즈대회는 동시접속자 218만명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낸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 한국에서는 무료인 오프라인 좌석이 유료임에도 불구 전 좌석이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해 그 시장성을 입증했다.

또 종목의 유행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세계적 트렌드와 일치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많은 부분이 한 종목에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에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한국의 ‘스타크래프트’처럼 인기가 많다”며 “때문에 선수층이 두텁고 그만큼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또 하나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 방송을 규제하고는 있어 한국의 e스포츠 방송시스템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중국은 e스포츠를 99번째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많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다양한 e스포츠 대회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한 국제대회 리그운영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방송규제도 머지 않아 풀릴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아시아 e스포츠의 공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많은 전문가들은 e스포츠 종주국과 아시아의 허브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목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종목 다변화를 통해 세계 게임 문화 트렌드와 흐름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부양책은 역효과를 일으킬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 ‘스타크래프트’가 현재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며 아직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외면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며 “‘스타크’를 계속 육성 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종목을 키우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또한 강제적으로 이식시키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의 문화현상을 강제로 이식하면 그만큼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한 관계자는 “‘스타크’는 ‘스타크’ 대로 다른 종목은 다른 종목 대로의 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e스포츠가 처음 태동하게 된 때처럼 미디어와 언론 관련 단체들이 합심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e스포츠 업계도 그 동안 여러방면에서 종목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같은 시도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제는 ‘스타크’를 중심으로 하고 커 가는 중국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급성장 하고 있는 중국 e스포츠를 경쟁국이 아닌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공략하기 쉬운 시장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게임의 국제대회 종목화도 좀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략적으로 e스포츠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는 것이다. e스포츠의 주도적 흐름을 잡기 위해서는 한국도 현재 있는 게임을 좀 더 e스포츠에 맞는 버전으로 만들거나 e스포츠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새로운 게임을 전략적으로 개발·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먼저 e스포츠를 산업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현상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e스포츠는 오프라인 스포츠와는 다르게 하나의 종목이 세대를 초월하며 오래도록 사랑을 받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때문에 먼저 문화적인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프랑스 게임스서비스가 주관하는 국제 대회. 2003년 첫 시즌을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3’, ‘위닝일레븐’, ‘퀘이크4’, ‘트랙매니아’ 등 7개의 게임 부분에 걸쳐 대회를 진행한다. 이번 시즌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53개국 800여명의 국가대표 선수단이 참가하며, 7개 종목에 걸쳐 총 상금 40만 달러가 걸려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