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국제 룰과 우리의 대응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와 스위스의 16강 진출을 놓고 벌인 한판승부는 아쉽기 그지없다. 일각에서는 실력차가 역력했다고 하는데 그 실력이란게 꼭 전술과 테크닉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게 테크닉만 가지고 승부를 가르는 경기인가. 실력이 부족하면 투지와 정신력으로 해 보는 거고, 그도 저도 어렵다면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것이다. 그게 스포츠다. 그런데 심판이 불공정하면 어찌해 볼 재간이 없다.



그런데 심판의 불공정한 행위 자체도 경기 중 하나이고 그게 룰이라고 한다면 더 할말이 없다. 승복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뒤집고 나오지 하는 바람도 컸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잘 참아줬다.그래 달리 도리가 없다. 그게 억울하면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이를 악물고 피를 토해서라도 기술을 배양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으면 문을 닫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 게 될 법한 말인가.



답답하고 속이 터지는 일들이 어찌 스포츠 뿐일까. 사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렇다. 굳이 그 협정에 힘을 쏟아야 하느냐 하는 분들이 많다. 그들의 주장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미국을 제쳐둔 채 우리의 경제를 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거대한 시장이고 미국을 빼놓고 세계시장 진출을 꾀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불공정하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그러한 룰의 허점을 찾고 우리의 역량을 집대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 경제는 글로벌 체제에 진입했고 그러한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무역협정(WTO)이 발효될 때 이미 자국의 경제라는 게 사라졌다. 따라서 독자 생존이라는 게 예전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국내법과 국제 규범이 다르면 수출시장에서 홍역을 치러야 한다. 닫을 수도 완전히 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 전략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수출 주력 상품에 대해서는 국제적 규범과 룰을 배려하면서 접근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게임등급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를두고 이쪽 저쪽에서 말들이 많다. 특히 등급 심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제 규범에 걸맞게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에서는 이렇게 하고 수출시장에서는 저렇게 하던 시절은 가버렸다. 자칫 등급 문제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젠 우리의 규범도 그것이지만 국제사회의 규범을 먼저 생각해야 할때다. 룰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뻔하다. 자율 심의제를 서둘러 실시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억울한 일들을 숱하게 목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산다. 예전에 담았던 사고의 전단을 모두 버리고 거듭나야 한다. 유연성을 키워나가고 힘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고에다 몰 수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게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이고 룰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족쇄를 스스로 채우려 든다면 그 것은 다름아닌 자중지란이다.



적어도 게임이 부가가치가 뛰어나고 차세대 수출주력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길을 가야 한다. 룰이 바뀌고 심판의 불공정은 강대국 입김으로 더 심화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를 악물고 뛰려 하는 데 적 아닌 내부에서 발목을 잡으려는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 것은 다름아닌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이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