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등록제 `藥인가 毒인가`

“PC방 등록제를 시행하게 되면 6개월 내에 현재보다 3분의 1규모로 줄어들 것입니다.”

지난 달 29일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주재로 열린 ‘사행성 PC방 근절대책’ 세미나장에는 사행성 PC방을 없애기 위해 PC방을 등록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참석한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와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PC방을 등록제로 전환하려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라며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사행성 PC방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지난 달 27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사행성 PC방 근절을 위해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게임진흥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 10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이 안에는 현행 자유업인 PC방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기존에 영업중인 PC방도 법안 통과시 3개월 이내에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화관광위원회는 최근 ‘불법 사행성 근절 및 게임산업 진흥’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사행성 PC방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주무 부처인 문화부도 등록제 전환에 긍정적인 상태다. 문화부는 그동안 PC문화협회 등의 입장을 고려, 등록제 전환 여부의 시기를 조율하고 있던 차에 정치권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따라 어쩔수없이 따라가는 입장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문화부 내에서도 등록제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등록제 이외에 PC방을 위기로 몰고가는 것은 건축법 개정이다. 최근 개정된 건축법에 따라 PC방은 근린시설에서 45평이상의 경우 판매시설로 분류된다. 이에따라 주차장, 도로폭 등을 판매시설에 맞춰 갖춰야 한다. 또 환경부 제재 등을 받아야할 뿐 아니라 특히 학교 근처 등의 정화구역 PC방은 교육청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게 된다.



국무총리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연법도 PC방의 목줄을 죄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던 금연법이 PC방 업주들의 반대로 미뤄졌지만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또다시 추진 의사를 밝히고 나서 이로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규제책이 시행되면 PC방 업주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정치권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자인 PC방 협회나 업주들이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의 경우 지난 3월 현 회장의 중간평가 문제로 벌어진 내분으로 지금까지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협회까지 출범할 정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제안들을 처리하기엔 손이 부족하다. 특히 힘이 분산된 상태에서 정부나 정치권에 요구하는 목소리는 작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런 협회의 무능력한 모습은 PC방 업주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져 해법 찾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협회나 업주들이 규제안 철폐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주들의 이같은 무관심은 PC방 관련 규제책들의 시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PC방 업주는 “협회가 둘로 나눠지는 등 내분이 갈수록 심해져 협회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정부가 이렇게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고 PC방 단속에 나서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사행성 PC방 근절과 관련해 등록제가 아니라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PC방에 대해 또다시 등록제를 적용하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것 보다는 업계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등록제 시행에 앞서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사행성 PC방 등을 운영하는 업주를 고발하면 이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손이 모자라 단속을 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또 사행성 PC방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업주를 고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와함께 인문협이 협회 회원사를 동원해 불법 PC방을 적발토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또한 PC방의 성인전용화 금지 법안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대안제시에 앞서 인문협과 PC방 업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회의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대안이라도 이를 힘입게 말해줄 협회가 필요하고 뒷받침해줄 업주들의 목소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PC방 업주들이 무척 답답해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협회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