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 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벤처 M&A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메디슨 신화를 이끌며 한때 국내 벤처 업계를 호령했던 이민화 기술거래소 이사회 의장(52)이 국내 벤처 업계에 던지는 고언(苦言)이다.
“국내 벤처생태계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벤처 창업 후 코스닥 상장 5년전까지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M&A시장이 없다는 것이죠. 이에 비해 미국은 M&A와 나스닥 시장의 비중이 8대 2일 정도로 M&A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는 “지금이 벤처 M&A시장이 열리는 적기”라며 M&A 활성화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디슨 사태 이후 거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기술거래소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1년 벤처 붐 당시 온갖 기술들이 벤처기업들을 통해 개발됐습니다. 특히 IT와 바이오 분야에선 우리나라만큼 많은 연구개발과 실험이 이뤄진 곳이 미국을 제외하곤 없습니다. 이렇게 잉태된 기술들이 사장되지말고 활발하게 거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벤처 업계 특유의 폐쇄적 문화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는 이에 대해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술거래소가 사례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를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에게 굳이 ‘벤처’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제조원가(일반기업)’와 ‘지식원가(벤처)’란 말을 꺼냈다. “제조원가는 재료비와 인건비의 합입니다.
반면 지식원가는 연구개발비용을 판매수량으로 나눈 것입니다. 벤처의 힘은 바로 그 ‘나누기’에 있습니다. 10년뒤 한국경제 성장의 절반을 벤처가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의장은 메디슨에서 20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리며 ‘벤처 연방제’를 주창했었다. 벤처연방제는 기업이 연합해 벤처생태계를 형성하고 각각이 하나의 생명기업처럼 움직이는 기업군을 의미한다. 그에게 ‘벤처 연방제’가 실패한 제도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벤처연방이 마치 재벌을 흉내내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며 “만약 재벌과 같은 구조라면 메디슨이 부도난 다음에 여러 계열사들이 살아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벤처연방체제는 여러 형태로 계속 형성 되어야 하며 “계속 알리고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