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賞)은 많은데, 지갑이 텅텅 비었다.”
유재은 일진나노텍 연구소장이 말하는 나노기술 벤처기업 및 산업계 현주소다. 그는 국내외에서 나노 관련 특허 60건을 출원한 데 힘입어 1998년 장영실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 2월부터 일진나노텍 연구소장을 맡았으며 임지순 서울대 교수,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연구진들과 공동 연구체제를 구축하고 탄소나노튜브 대량생산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나노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화의 한 축을 유재은 박사(재료공학)가 떠받치는 셈이다.
유 소장은 “저를 보면 우리나라 나노 벤처기업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6년 6개월여 동안 이것저것 (나노 관련 연구를) 해봤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고, 남는 게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나노 벤처기업들이 초기에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으나 거의 모두 망했다”며 “이토록 첨단이고, 이렇게 배 고플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유 소장은 이후 “좋은 기술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더라”는 결론에 닿았다고 했다.
유 소장의 말 마디마다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애환과 고충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종구 교수는 “세계 나노 연구가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제 어떻게 돈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라고 말한다. 이상록 과학기술부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장도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의 오랜 나노기술 기초투자에 대한 성과를 낼 때라고 강조한다.
좋은 기술보다 마케팅이 중요하고, 뭔가를 보여줄 때가 왔다손 치더라도 ‘과장된 은나노 열풍’처럼 너무 급하면 낭패를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