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업체들 `사용자 커뮤니티 끌어안기`

 ‘커뮤니티가 힘이다.’ 사용자 커뮤니티를 향한 하드웨어 업체들의 ‘구애 공세’가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전의 ‘관리’ 차원에서 커뮤니티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데서 벗어나 지금은 공동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거나 아예 마케팅과 프로모션까지도 같이 머리를 맞댈 정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커뮤니티에 민감한 PC·주변기기 업체는 물론이고 서버·스토리지와 같이 기업용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까지 커뮤니티에 쏟는 직·간접적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PC·주변기기, 커뮤니티는 기본=한국후지쯔는 이달 인터넷 커뮤니티 ‘워크 PC’와 공동으로 미니 노트북PC ‘라이프북 P1510’ 가이드 북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후지쯔는 플래그십 개념으로 출시한 P1510과 관련해 일찌감치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해 250만원대라는 고가 제품인데도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와콤도 지난 5월 싸이 클럽에 ‘그라파이어스’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와콤 태블릿 제품 사용자를 겨냥한 이 클럽은 매월 회원 수가 배 이상씩 늘고 로열티도 높아 불과 두 달이지만 본사의 제품 개발에도 영향을 주는 오피니언 클럽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서석건 와콤 부사장은 “처음에는 마케팅을 위한 구색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장 개척은 물론이고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컴퓨터 모니터링 그룹 ‘자이제니아’를 통해 최신 컴퓨터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연착륙시키고 있다. 회원 참여도 적극적이어서 최근 출범한 제3기 자이제니아는 순수 커뮤니티지만 경쟁률이 10대 1에 달했다. 자이제니아는 최근 출시한 ‘센스 Q1’의 성능과 기능 면에서 ‘안테나 숍’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김헌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이제는 제품 마케팅에 없어서는 안 되는 모임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주변기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소비자 입김(?)’이 제품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그래픽카드 업체에 커뮤니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표 커뮤니티 모임인 ‘VGA클럽’ ‘파코즈 하드웨어’ 등은 제품 출시 일정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가 원가 절감을 위해 ‘지포스7300GS’ 등 저가 제품에 쿨러를 장착하지 않고 내놨다가 커뮤니티 사용자 원성에 리콜을 하는 등 된서리를 맞았다.

 ◇기업용 제품도 사용자 모임 활성화=서버·스토리지와 같은 기업용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커뮤니티 모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HP는 최근 고성능 컴퓨팅 제품을 사용하는 ‘사이언티픽 기술 컴퓨팅 사용자 모임(HP-CAST)’ 주도의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HP 슈퍼컴퓨터 사용자 모임인 ‘HP-CAST’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HP 측은 “이번 모임에서는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개발 가이드와 지원 문제를 활발히 논의했다”며 “이 모임은 HP 제품을 더욱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당 시스템의 개발과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고 밝혔다.

 한국IBM도 최근 IBM 제품의 사용자 모임 ‘한국쉐어가이드(KSG)’와 관련해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SG는 이 덕택에 설립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사용자 중심의 세미나를 열었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황주현 교보생명 전무는 “공통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모여 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맞부딪히는 문제와 관련해 의외의 해결책이 나올 때가 많다”며 “단순한 정보 교류뿐 아니라 KSG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반영할 정도로 IBM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