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기류가 요동을 칠수록 우리는 새터민(탈북자)에 대한 정책적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언제 탈북자가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발표한 국내 거주 새터민(탈북자)은 2005년 11월 현재 7226명이다. 올해 새로 들어온 탈북자까지 합치면 8000명쯤 된다. 2002년 이후에는 매년 1000명 이상의 새터민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2년 안에 새터민 1만명 돌파가 거의 확실하다. 새터민의 수적 증가 자체만으로도 무엇인가 정책에 새로운 내용과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탈북자 문제는 최근 북한과 미·일 관계의 악화로 더욱 민감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어서 우리 정책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6명의 동남아 체류 탈북자를 난민으로 수용한 것이나, 지난 4월 부시 미국 대통령이 탈북 어린이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사실 등 일련의 움직임은 탈북자 수용이 북한 문제 해결의 한 압박 카드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난민’ 신분으로 미국난민위원회가 주도하는 ‘재정착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다. 탈북자를 돕는 난민 재정착 지원단체는 살 집을 마련해주고,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며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영어를 익히는 과정도 지원한다. 우리가 새터민 정착 프로그램에 더 신경 쓰고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외적 요인이 생긴 셈이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3세 이상 탈북자 1336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2005 새터민 정착실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직업 분야는 음식숙박업(10.5%), 공공서비스업(8.9%), 건설용역(5.5%), 운수업(3.6%), 도·소매업(3.3%) 등이었다. 고용 형태도 일용근로자(47.6%), 비정규직(27.9%), 정규직(24.5%) 순으로 상당수가 불안정한 상태다. 소득도 월수입 200만원 이상이 1.2%에 불과하고 100만∼200만원이 13%, 100만원 미만이 85.8%에 이른다. 대부분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117만원) 수준보다 낮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터민에게는 일자리를 통한 경제력 향상이 최우선 사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화가 최우선이다. 정보화의 기본이 돼야 우리 사회에서 생활을 할 수 있고, 전문적 실무 능력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새터민 가운데 북한에서 인터넷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9%에 불과하다. 전자기기를 한 번도 다루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물론 새터민은 하나원에서 30시간 내외의 정보화 기초교육을 받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실시하는 120시간의 실용교육도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 현재 5495명이 기초교육을, 959명이 실용교육을 받았다. 실용교육까지 이수한 새터민은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능력이 일반 국민보다 뛰어나다. ‘2005 새터민 정보화 실태조사’의 인터넷 활용능력 비교는 △정보검색 62.5 대 57.3(일반 국민 대 새터민) △메신저 37.5 대 57.3 △e메일 52.5 대 55.9 △인터넷 쇼핑 및 예약 등 35.0 대 38.6으로 나타났다. 정보검색 활용에서만 약간 뒤질 뿐 나머지 항목은 모두 앞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정보화 교육이 일상생활(61.9%)과 취업 및 학업(61.7%)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현재 30시간의 기초교육을 60시간까지 늘려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원 및 위탁 교육시설의 기자재를 교체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선택 사항인 정보화 실용교육을 직업훈련과정으로 인정해 새터민의 흡인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