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함께 사는 사회, 로봇과 부딪쳐 다치면 어쩌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사는 사회에 대비한 ‘로봇 헌법’이 만들어진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지능형 서비스로봇의 안전지침인 ‘인간로봇 공존사회를 위한 안전표준’을 11월까지 제정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로봇은 사람과 충돌을 피할 수 있어야 하고 만일 부딪쳐도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개발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내용 담기나=로봇 제조사의 안전설계 책임은 물론이고 사회적·문화적 측면에서의 포괄적인 안전 표준을 포함한다. 공장의 엄격한 환경에서 사용된 로봇이 일반 가정으로 들어옴에 따라 다양한 사고 책임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제조자의 안전설계 책임에 대한 3자의 안전검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기초적 안전망을 만든다는 것이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할 것 △고장났을 때 사람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정지할 것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각, 음성경고 등을 갖출 것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끼임사고와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부품의 규격도 제시될 수 있다.
◇이르면 연말 출시 ‘국민로봇’부터 적용=기표원은 다음 주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이르면 8월 제정예고 고시를 내고 10∼11월께 KS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표준 검토절차부터 산업계, 소비자단체의 관계자를 참여시켜 처음 출시되는 상용 로봇부터 안전표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상용화된 청소로봇엔 별도의 안전기준을 만들어 KS마크를 부여할 예정이다. 아직 로봇제품에 특화된 안전기준이 없어 충돌 등 로봇에서만 나타나는 안전사고 시 책임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 다만 성급한 안전표준 마련에 따른 시장의 부작용은 최소화할 생각이다. 박광호 기표원 연구사는 “응용분야별 로봇의 위험도를 분석해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사업초기 과도한 안전기준 요구보다는 사용자의 선택적 활용이 가능한 수준을 충족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 표준경쟁 치열=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난 5월 ‘로봇 헌법’을 발표했다. 로봇의 소재·스위치를 규정하고 감지기를 개발해 안전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로봇의 안전실험 기구를 설치하고 사고 시 보험 적용 법제도 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로봇시장의 도래에 앞서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업체들이 안전·시험평가·손해배상 등의 문제 없이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고 저가형 제품이 쉽게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ISO 서비스로봇 표준화 자문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문승빈 세종대 교수는 “일본 등이 서비스로봇 국내 표준을 세계 표준으로 가져가려는 노력을 하면서 시장보호와 산업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상품화된 청소로봇 분야에서 안전표준과 시험기준을 하루빨리 국제표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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