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과학공원 일대를 세계적인 e스포츠 테마파크로 조성하려던 대전시의 e메트롬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사업 청사진을 발표한 지 9개월여만이다.
10일 e메트롬 사업 추진 계획서 접수를 마감했으나 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에 따라 e메트롬 사업은 당초 사업 추진 주체였던 허브식스의 철수와 기업들의 사업 참여 포기로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업 초기 당시 ‘선거용 사업’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사업 추진 의지를 비쳤던 대전시는 결국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e메트롬 사업 중단=올 초부터 이미 사업 중단의 기미가 포착됐다. 대전시는 당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CT)대학원과 한밭대, 배재대, 우송대 등 지역 게임 관련 학과 대학들로 연합대학을 설립, 게임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사업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학들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결국 시작도 못해보고 ‘없던 일’로 됐다.
지난 3월에는 대전시가 삼보컴퓨터 등 4개사와 업무협약서까지 체결했으나, 해당 회사들의 재정 여건이 그다지 충분치 않은 기업들이어서 사업 참여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같은 우려는 5월 사업을 전담해온 허브식스 측이 5·31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엑스포과학공원에 꾸렸던 사업팀을 철수하면서 기정사실화 됐고, 이달 들어 대전시와 업무협약서를 체결한 기업들도 사업 참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3자 주체 기관 책임 전가에 급급=이처럼 사업 실패가 확실시되자 해당 기관들은 서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전시는 당초 e메트롬 사업이 엑스포과학공원을 기반으로 계획된 만큼 공원 측이 주체가 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시 산하기관인 엑스포과학공원은 사업 취지는 좋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대전시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실질적인 사업 주체 세력이었던 허브식스는 흔적조차 없다. 사무실 철수에 이어 조직까지 해체돼 사업 추진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향후 전망=엑스포과학공원 측은 이달 말까지 그간의 사업 내용을 정리해 8월 초에는 어떤 식으로든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다는 방침이다.
김종태 경영혁신팀장은 “아직 대안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어떤 사업을 추진하든지간에 재원 확보가 관건인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의 선거 공약 사항도 관심거리다. 박 시장이 선거 출마 당시 엑스포과학공원을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e메트롬 사업 중단에 따른 대안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이로써 지난 93년 엑스포 개최 이후 10여년 넘게 대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엑스포과학공원은 자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