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방 업그레이드 시장이 꿈틀댄다.’ 새로운 CPU 출시로 인한 교체 수요와 게임 성능 제고를 위한 그래픽카드 교체주기가 겹치면서 PC방 업그레이드 시장 형성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PC방의 핵심 제품인 그래픽카드의 교체 기대는 지난해 6월 HP가 PC방 시장에 뛰어들면서 리스 형태로 대규모 공급한 PC가 업그레이드 기간인 1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픽 성능에 민감한 PC방 업체들은 통상 1년이 지날 경우 우선 그래픽카드를 교체한 후 이에 맞는 CPU와 주기판 등을 선택한다. 이에 맞물려 하반기 인텔의 콘로 등 새로운 CPU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CPU 교체에 따른 PC방 업그레이드 수요도 한껏 기대되고 있다.
◇HP 주도 대규모 업그레이드 예상=지난해 한국HP는 리스프로그램을 앞세워 국내 PC방 시장의 60% 정도를 장악했다. 전국에 2만여개의 PC방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통상 업소당 50여대의 PC가 설치된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공급된 HP의 PC방용 PC가 오는 8월 대량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통산 사용 연한인 1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한 리스업체 관계자는 “보통 1년 단위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제안하고 있어 최근 관련 업무를 진행중”이라며 “지난해 공급된 물량이 많아 업그레이드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행성 성인 PC방 단속도 PC방 업그레이드 시장엔 호재다. 성인 PC방이 된서리를 맞으며 일반 PC방 창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로서는 성인 PC방의 공급 물량이 크긴 하지만 LCD모니터를 제외하곤 30만원대 저가 PC가 대부분이어서 별로 남는 게 없다. 이 때문에 고가 시스템이 주력인 일반 PC방 납품을 선호한다.
이지가이드 측은 “성인 PC방 창업 문의가 이달 들어 거의 없는 반면에 신규 PC방 개업이 늘고 있다”며 “여름 방학을 앞두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 콘로-AMD AM2, 새 시장 만든다=이달 27일 출시 예정인 인텔 코어2듀오(코드명 콘로)도 업그레이드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요인이다. 이 CPU가 출시되면 PC방에선 성능 등을 이유로 업그레이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설령 코어2듀오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제품 출시로 기존 CPU인 펜티엄D 9시리즈가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인텔코리아가 진행한 PC방 설명회에서 하반기 CPU 가격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출시한 AMD의 새로운 소켓인 AM2도 업그레이드를 이끌 것으로 관련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AMD코리아 측은 “지난해 공급된 HP PC 대부분이 AMD CPU 탑재 제품이어서 여름방학을 앞두고 이를 AM2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망=올해 PC방 업그레이드 수요는 시기가 평소보다 1달여간 늦춰지고 있다. 보통 7월 초·중·고교 여름방학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완료된다.
하지만 올해는 월드컵과 상반기 경기 침체로 PC방이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인텔 코어2듀오 CPU 출시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기 수요까지 나타난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8월 중순∼9월이 PC방 최대 성수기인만큼 업그레이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의 판단이다. 특히 인텔이 소매 시장에 이어 지난해 AMD에 빼앗긴 국내 PC방 시장을 탈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등 업체들이 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업체 주도형 업그레이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제이씨현 상무는 “여러 가지 악조건이 있지만 한 업체가 업그레이드를 하면 경쟁적으로 이루어져 결국 분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각 주변기기 업체도 하반기 수익 달성을 위해 PC방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