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지역에 출시한 ‘닮은 꼴’ 단말기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하반기 휴대폰 수출전선에 파란불을 켜고 있다.
그 주역은 ‘패션 슬라이드폰(E-900)’과 ‘초콜릿폰(LG-KG800)’. 모두 300유로대에 판매되는 고가의 유럽식통화방식(GSM) 단말기로서 컬러 이미지가 비슷한데다 터치센스 등의 기능에 공통점이 많아 양사의 영업 및 마케팅 전략도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 5월 유럽지역 오픈마켓을 겨냥해 ‘초콜릿폰’과 삼성전자가 6월부터 출시한 ‘패션 슬라이드폰’이 잇따라 유럽시장에서 예상 외의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 영국·독일·이탈리아·브라질 등 세계 53개국에 출시된 ‘초콜릿폰’은 해외에서만 130만대가 판매됐으며 이 가운데 유럽 판매량만 50만대를 기록중이다. 유럽형 ‘초콜릿폰’은 국산 휴대폰으로서 처음으로 터치 패드가 채택된데다 슬림폰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유럽인 취향에 맞춰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기능 등을 변화시킨 게 특징이다.
지난달 초부터 유럽, 러시아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패션 슬라이드폰’도 출시 한달 만에 35만대가 판매되는 등 빅히트를 예고하고 있다. 현지에서 ‘초콜릿폰 킬러’로 불리는 ‘패션 슬라이드폰’은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단일모델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블루블랙폰(D500)’의 명성을 이을 전략형 제품으로 개발된 ‘패션 슬라이드폰’은 16.5㎜ 두께에 200만 화소 카메라, MP3 플레이어, 블루투스, 터치 키패드 등 첨단 기능을 장착한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시된 지 한달도 안된 휴대폰이 히트 리스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드문 일로, 그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3분기 실적을 향상시키는 효자노릇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패션 슬라이드’과 ‘초콜릿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최근 국내 블로그와 이동통신 전문 사이트 등에서는 이른바 ‘닮은 꼴’ 논쟁과 기능비교가 한창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양사의 마케팅 전략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능면에서는 ‘패션 슬라이드폰’이, 디자인에서는 ‘초콜릿폰’이 각각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패션 슬라이드폰’과 ‘초콜릿폰’은 터치패드는 물론 디자인도 비슷해 양사의 마케팅 전략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며 “이같은 경쟁이 오히려 판매 상승을 가져와 침체기미를 보이던 국내 휴대폰업계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