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영미식 경영의 도입으로 국내 기업의 투자가 부진해지는 등 ‘경영 보수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발표한 ‘한국 경영 20년 회고’ 보고서에서 국내 선도기업들은 지난 20년 동안 환경 변화에 대응해 경영 투명성 제고 및 고부가가치화 달성 등 경영전략의 대전환에는 성공했으나, 경영 기조가 지나치게 보수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영미식 경영이 급속히 도입되면서 경영진은 사세확대와 공격적 투자보다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기업이 설비투자 결정 시 세우는 목표수익률(추정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977∼1996년의 목표수익률은 제조업과 대기업이 각각 -18.3%와 -16.0%였으나 1997∼2004년에는 이 수치가 1.21%와 16.2%로 급상승해 사실상 기업들이 장기적 목적으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됐다. 여기에 기업의 소유구조에 대한 정부의 견제와 여론의 비판이 기업경영의 보수화가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경영보수화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의 혁신의욕을 고취하고 △경영상 의사결정에 대한 지나친 책임요구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정비하며 △정책 수립과 집행, 갈등 대처 등에서 법과 질서가 통하는 풍토를 확립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당부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