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을 푸는 열쇠는 무엇인가. 대화와 타협일 게다.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 간 쟁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해가 걸린 문제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자칫 흥분해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대하면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기 십상이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머리 아픈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세상 살면서 수월하고 편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길을 걷다 보면 필부에서 고관대작, 소나 개 등과 두루 만나게 마련이다. 하물며 한 세상 살면서 고비가 없다면 빈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은 쟁점투성이다. 재앙은 겹쳐서 온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는 그야말로 동시다발적이다. 기름과 원부자재값 상승으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진 지는 오래다. 청년 취업난도 심각하다. 경제도 여전히 침체기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4%대로 잡고 있다. 살림살이가 힘들다 보니 거시경제를 둘러싸고 여당과 정부 간 불협화음도 나온다. 2인 삼각 달리기를 해야 할 당정이 어깃장을 놓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도 처방이 다르다. 국민 처지에선 헷갈리는 일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후폭풍도 계속되고 있다. 2차 한·미 FTA 협상이 서울에서 진행중이지만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전직 청와대 인사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한·미 간 반대 여론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조차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 부산에서 열렸지만 이 역시 기대할 게 없다. 이런 마당에 태풍 ‘에위니아’가 남부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 뒤를 이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면 사학법 재·개정이 불씨다. 한 가지만 놓고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런 것이 한꺼번에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피한다고 해결될 성질도 아니다. 태풍처럼 소멸되지 않는다. 어떤 형태든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부도 ‘한 건 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공(公)을 세우려 하지 마라. 잘못이 없으면 그것이 곧 공이다.” 공을 세우려고 하면 조급증이 생긴다. 조급증은 무리수를 낳는다. 이해당사자와 대화하고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건너뛰면 탈이 생긴다.
다음은 신뢰 회복이다. 믿지 못하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가짜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쟁점을 타결하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쟁점에 대한 타협 없이는 대립을 치유할 수 없다. 설사 옳은 일도 과정이 잘못되면 신뢰를 잃게 마련이다.
모든 게 대립과 갈등으로 줄달음치는 현 상황을 보면 우리 앞날이 걱정스럽다. 장마가 끝난 뒤 드러나는 파란 하늘처럼 우리도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안에 대해, 쟁점 사항에 대해 공론의 장을 펼쳐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상당수 쟁점은 해소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미흡하면 여전히 쟁점은 양산될 것이다.
비록 뒤늦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 서로 할 일부터 착실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만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당장은 한·미 FTA 협상이 그렇고 경제 살리기가 그렇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정치가 엉망이면 갈등과 대립은 그칠 날이 없다. 이제 국회도 민의의 대변자로서 국민의 아픔과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 시작할 때 끝날 때를, 올라갈 때 내려올 때를 생각하면 타협 못할 게 없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