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던 기자에게 어느날 황당하고도 기괴한 미션이 떨어졌다. 그것은 바로 FPS게임 ‘서든어택’에서 칼로 10킬을 달성하라는 것. 총을 들어도 모자랄 판에 칼로 10킬을 달성하라니, 실로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미션이었다.
물론 평소 게임 잘하기로 소문난(?) 기자에게 이같은 미션이 떨어진 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총을 들었을 때였지 칼 만을 사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더구나 FPS게임에서 칼로 상대방을 잡는다는 것은 철저하게 자신의 몸을 숨긴 채 접근하거나, 서로간 난사끝에 탄환이 떨어졌을 때 궁여지책으로 사용되는 것이기에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희박.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며칠밤을 꿈속에서도 전략에 몰두했다. 그렇게 치밀한 전략수립 끝에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열심히 갈고 닦았던(칼은 갈지 않았다)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할 때라고 판단 ‘必死卽生(필사즉생) 必生卽死 (필생즉사)’ 즉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 하면 살것이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받들어 ‘서든어택’ 칼로 10킬 달성하기에 도전장을 던졌다.‘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도전하기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며, 살아남아야 할 맵에 대한 숙지가 우선이었다. 현재 ‘서든어택’에는 다양한 맵들이 존재하지만, 우선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맵인 ‘웨어하우스’를 선택 철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맵을 선택한 이유는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져야만 칼을 들고 조용히 접근하는 나의 존재를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와 함께 ‘팀 데스메치’ 모드로 게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정해진 킬수를 두고 아군과 적군이 끊임없이 교전을 벌이는 ‘팀 데스메치’야 말로 칼로 10킬을 달성하기에 더없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100킬을 달성 중 칼로 10킬을 달성하기란 어려운 것이며, 10킬 달성전에 아군 혹은 적군이 100킬에 달성할 수 있기에 몸을 사리지 않는 ‘불사파’ 정신으로 과감히 게임에 임해야만 했다.
도전에 앞서 사전 점검에 들어간 기자, 총을 든 채 열심히 사주경계를 실시했다. 이어폰으로 흘러들어오는 시끄러운 발자국소리들, 그리고 점차 커져가는 총기음으로 긴장감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마침내 적군과 아군의 교전이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거친 비명소리가 들려져 왔다.
“흐흐흐. 바로 이거야. 저렇게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뒤에서 접근하는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렇게 된다면 이 도전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다.” 처음 예상했던 것과 게임 진행상황이 비슷하자 도전성공을 굳게 확신하게 됐다. 더이상의 탐색전은 필요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탐색전을 후다닥 마치고, 엄청난 자신감과 함께 시도한 첫번째 도전. 아군과 적군이 차례차례 입장하고 게임은 시작됐다. 시작부터 칼을 들고 미친듯이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맞닥뜨린 첫번째 상대 “너 오늘 잘 걸렸다. 내 미션의 첫 희생양이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해라!” 상대방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는지 시선은 다른 쪽으로 향해있었다. 5미터, 3미터…,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첫 희생양을 사로잡을 생각에 머리속은 벌써부터 환호성으로 가득차 있었다.하지만 칼로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찰라, 상대방의 총구가 나에게 향하면서 몇발의 총성이 울렸다. “따따다탕!∼으흑! 아뿔사 당했다.” 적은 총기를 들고 있고 본인은 칼만을 들고 덤볐다는 것을 망각한 것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었다. 너무도 거만한 나머지 FPS게임에서 저질러서는 안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철저한 ‘사운드 플레이’ 즉 적이 나의 접근을 알 수 없도록 소리를 죽여야 함을 지나치고만 결과였다. 그렇게 몇번을 무모하게 시도한 결과 계속해서 쌓여져만 가는 데쓰. 그리고 채팅창에 올라오는 아군들의 원성들.
“님 장난하삼? 총들고 다니쇼. 방장 저님 다음에 강퇴 부탁요∼” 이뿐아니라 한번 더 칼들고 설치면 팀킬하겠다는 협박까지 한마디로 진퇴양난이었다.
“흠, 역시 무리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자만한 것일까?”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면 사내대장부가 아니지 않은가(절대 선배들이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 생각했던 작전대로 밀고 나가자”라고 스스로를 달래면 리스폰을 기다렸다.
아군들의 원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잊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예시당초 계획했던 전략이었다. 그것은 바로 아군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아군이 상대방의 체력을 어느정도 소진시켰을 때 덮치는 것(물론 이 작전의 가장 큰 성공 포인트는 절대 잘하는 아군을 따라다녀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잘하는 아군을 따라다니면 칼로 덮치기 전에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 지나친 자만감에 무엇을 해야하는 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침착함을 되찾자 가야할 길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적군의 피를 어느정도 소진시켜줄 아군을 찾기위한 탐색전.
때마침 항상 적군과 교전 중에 먼저 죽는 아군을 발견했다. “오호호호∼너가 오늘 나의 미션을 위한 도우미다. 딱 보니 절대 ‘럽샷’을 하면 했지 상대방을 먼저 죽이진 못하는구나.”드디어 점찍은 아군의 뒤에 붙은 후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적군의 교전이 시작되고 예상처럼 아군이 먼저 쓰러지려 하는 찰라, 벼락처럼 나타나 상대방을 덮쳤다. “이야얍∼받아랏! 쓱쓱∼” 하지만 생각보다 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란 쉽지 않았다. 정확한 타격 포인트를 찾지 못해 수십번의 칼질 후에야 겨우 1킬을 할 수 있었다.
“일단 1킬을 달성했으니, 9명만 더 잡으면 도전 성공이다. 지금 우리편이 30킬로 앞서고 있으니 서둘러야 겠군(팀 데스매치 100승으로 했다).”
그렇게 몇번을 아군 뒤에 숨어서 칼질을 시도하는 기자. 킬수는 어느덧 4킬에 이르고 있었다.
“좋아∼이 상태로 가는∼거야. 미션성공이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아군이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아군은 “님! 저리 꺼지셈. 지금 장난쳐∼?”라며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 작전도 이게 한계군. 그럼 미션 성공 대작전 챕터2! ‘컨테이너 뒤에 숨어 뒤치기’에 들어가야겠군.” 실패를 대비하는 센스는 기본! 철저하게 몸을 숨긴 채 적군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마침내 발걸음이 들려오고 적의 접근을 최대한 기다린 후 순식간에 나타난 기자앞에 적군은 비명횡사. 또 다시 킬수를 채워 드디어 5킬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작전도 곧 노출, 숨은 곳에 어김 없이 날아오는 수류탄으로 인해 적을 발견하기도 전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2번째 작전도 실패로 돌아가고 게임은 아군의 패배로 마감되고 말았다. 상대방이 100킬을 먼저 달성한 것.
“방장 저님 내보내요. 칼 갖고 설쳐서 도움 안됨.” “우리편에 도움도 안되는데 그냥 강퇴하죠?”라는 아군의 원성을 받아들인 방장은 결국 강퇴시키고 말았다.
“하하하. 너희들이 도전의 원대함을 어떻게 이해하겠느냐. 오늘의 실패는 나중에 약이 되어 돌아오리라”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할 사이도 없이 강퇴를 당했기에 기자는 씁쓸히 도전실패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몇번의 시도를 더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칼 만으로 총을 든 적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아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난입모드의 특성상 기자에게 호의적인 유저는 이내 나가버려 결국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슬픈 현실….
하지만 뜻이 맞는 동료가 있다면 이 미션이 꼭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즉 한명의 유저는 소위 말하는 양념(?)만을 하고 뒤에서 따라다니며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면 10킬이 아닌 30킬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글을 읽는 ‘서든어택’ 유저 여러분! 혹시 칼을 들고 외롭게 설치는 유저가 있다면 유심히 봐 주세요. 그 사람이 바로 저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번만 도와줘요∼.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