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언더파이어’ ‘마그나카르타’ 등 국산 콘솔게임이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히트하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방한해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협력을 모색하는 가 하면 소니와 닌텐도도 국내업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콘솔게임 개발 환경이 그 어느때 보다도 좋아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게임시장의 변방으로 치부됐던 한국의 위상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에따라 온라인게임에 지나치게 몰려있던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콘솔게임이나 휴대용 콘솔게임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뛰어드는 것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콘솔게임 개발 진입문턱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커 게임을 개발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판”이라며 “정확한 사전 정보 입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언급했다.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인 A사는 최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사의 온라인게임 타이틀이 PS3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 회사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은 하드RPG. A사는 소니로부터 100억원 가량의 개발비를 지원받아 이 게임을 PS3로 컨버전할 예정이다.
B사는 해외 메이저 유통업체로부터 자사 게임을 X박스360으로 만들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개발비 등을 지원해 주는 조건이기 때문에 B사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기회에 X박스360 개발 노하우를 쌓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응낙할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이처럼 해외 업체들의 국내 게임 개발업체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거나 개발중인 게임을 콘솔 타이틀로 컨버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자체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은 적극적인 콘솔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 개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적극적인 제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개발사들이 콘솔게임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판타그램과 웹젠, 펜타비젼 등이다. 판타그램은 이미 MS의 지원을 받아 X박스용 타이틀을 몇차례 내놓으며 콘솔게임 개발 붐을 조성했고 펜타비젼도 자사 온라인게임 ‘DJ맥스’를 PSP로 컨버전하는 등 콘솔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웹젠도 헉슬리를 X박스360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콘솔게임 개발 1세대라면 엔트리브나 콘솔게임 전문 개발사인 스튜디오나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라비티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콘솔로 컨버전하고 있고 드래곤플라이가 판타그램과 공동으로 X박스360용 게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바일 업계의 콘솔게임 개발 전환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최근 모바일업계는 시장이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자 콘솔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메이저뿐 아니라 정부 기관에서도 콘솔게임 개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최근 소니와 협력해 PS3 타이틀 개발업체를 공모했다. 여기에는 국내 개발사들이 대거 몰려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소니는 600억원을 들여 12-15곳에 개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도 닌텐도DS와 PSP 공모전을 개최, 업체를 선정해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 이같은 노력으로 PSP를 개발하는 업체는 20여곳에 이르는 곳으로 추산되며 닌텐도DS용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도 10여곳에 이를 정도다.게임개발사들이 이처럼 콘솔 게임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크로스 플랫폼’이 등장해서다. ‘크로스 플랫폼’은 온라인과 콘솔이 접목된 플랫폼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X박스360이나 PS3 등이 온라인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온라인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기술력의 한계로 진입장벽을 느껴 콘솔게임 개발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술력이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어서 게임개발사들의 콘솔 게임 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와함께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도 콘솔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온라인게임이 포화돼 있는 상태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게임들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글로벌화에 적극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전세계 게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콘솔게임에 눈을 뜨게 됐다.
국내 개발사들이 개발한 게임들이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콘솔게임 개발을 독려하는 요소다. 최근 판타그램에서 개발한 ‘N3’ 등은 일본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펜타비젼의 ‘DJ맥스’도 일본 게이머로부터 호응을 끌어냈다.
이같은 해외의 반응은 자연스럽게 국내 개발사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개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해외 메이저업체들의 관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닌텐도가 250억원의 자본금을 투자해 국내에 지사를 설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이처럼 콘솔게임 개발이 열기를 게임업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너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불나방처럼 국내 개발사들이 콘솔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글로벌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정확하게 게임 개발공정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콘솔게임의 경우 게임개발보다는 향후 마케팅 방안이나 MS, 소니와의 협력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게임개발시 발생되는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와 소니의 경우 짜여진 프로세스와 규칙이 있고 요구수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작년 국내에서 PSP 게임 개발에 나섰던 업체가 20여곳에 달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올해 출시된 것은 1-2개 정도인 이유가 이런 개발 공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콘솔게임 개발에 국내 메이저 업체들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는 점 때문에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국내 업체들의 투자가 선행돼야 콘솔게임 시장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관과 해외 업체들에 의해 콘솔게임 붐이 일고 있는 형국인데 이렇게 될 경우 메이저들의 스튜디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업체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시장이 형성돼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