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공두상 탑픽 마케팅이사

“대학 때 우연한 기회에 접한 잡지 광고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비행 슈팅에 RPG 요소를 결합한 작품 ‘나나이모’를 개발한 탑픽의 공두상 마케팅이사의 말이다. 대학에서 화상정보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얼핏 마케팅이란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케팅에 대한 열정과 숨겨진 그의 재능은 ‘전공은 전공일 뿐’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게임마케팅은 초창기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마케팅이기보다는 홍보라는 작은 영역에 머물러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게임이 산업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선 전문적인 마케터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과 인연을 맺은지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그에게 지난 10년 보다 앞으로 보낼 10년은 더욱 무궁무진한 개척의 영역이다.물론 처음부터 그가 전문 마케터로 게임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화상정보공학을 전공한 그는 특성을 살려 대학 2학년때 웹3D 엔진을 개발하는 벤처를 설립, 세계 5번째로 손꼽힐만한 기술력을 보유한 전도유망한 벤처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광고에 대한 꿈을 위해 광고동아리인 P.A.M (부

산 광고 마니아)에 1기로 참여 본격적인 마케터 수업에 들어간 것이다.

“광고에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한 자동차 잡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제가 갈 길은 바로 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여러 공모전이나, KOBACO(한국방송공사)에서 실시하는 공익광고전에서 대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점차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라는 작은 영역에서 벗어나 그는 좀 더 큰 영역으로 나가기 위해 전공은 비록 달랐지만, 마케팅 관련 서적이나 수업을 들으며, 마케터로서 거듭나게 된다.

“물론 공모전 수상과 같은 것들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닙니다. 함께 공모전을 준비한 멤버들의 도움이 컸지요. 같이 준비를 하는 동안 부족한 것을 많이 깨달았고 좀 더 공부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렇게 마케터에 대한 꿈을 키우는 동안 그에게 다시한번의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부산시에서 설립한 정보통신연구원의 연구실 벤처 모집에 채택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2000년도 유즈드림에 입사하게 된다.

“처음 맡은 업무는 마케팅과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실무직이다보니 직접 개발진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여러모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케터라기보단 잡부에 더 가까웠죠. 하하.” 실제로 그가 유즈드림에 입사할 당시만해도 게임마케팅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때문에, 단순 홍보에 그치고 있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재화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기에, 소비자, 즉 유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었죠. 그래서 게임 마케팅이라는 것이 어쩌면 다른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힘들었던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그가 생각했던 마케팅과 현실에서의 마케팅은 너무도 달랐고, 그는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쓴소리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된다. 게임마케팅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것이다.그동안의 실패를 바탕으로 그는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기위해 현재 준비중이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게임은 계속 변하죠. 따라서 마케팅도 변해야 합니다. 이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마케터들은 너무 홍보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마케팅의 원칙 4P(제품, 시장, 가격, 프로모션) 중 프로모션에만 집중했다는 것. 올바른 마케팅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다른 것들과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지금까지 제품따로 프로모션따로 행해져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케터들도 게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마지막단계에서 단지 게임에 대한 홍보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발 초기부터 컨셉트를 공유하면서 마케팅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이 수립되야 합니다. 마치 그것은 연애와 비슷합니다.” 즉 연애를 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누구이고, 그가 가진 생각은 무엇인가, 내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또 강점을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듯 게임 역시 이런 모든 과정들을 처음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듯 게임의 마케팅 역시 개발 초기부터 자신의 논점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케터들은 자신의 시각이 아닌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게임이 안좋다고 마케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단점 10가지에 장점 1가지가 있다면,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마케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소비자가 장점으로 생각하는 한가지를 짚어내기 위해선 철저하게 그들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사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임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입니다.” 마치 연애를 하듯 절실한 마음으로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한다면 유저들에게 인정받을 날이 올것이라며 그는 오늘도 게임과 사랑에 빠져있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