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정 부회장은 나 몰래 비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나는 소비자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공기청정기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을 했고, 최윤정 부회장은 이 보다 청풍의 공기청정기를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와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을 했다.
어느 날인가 최윤정 부회장이 나의 눈을 가리고, 어두운 방으로 이끌었다. 그 방에는 내가 초창기에 만들었던 제품 디자인과는 전혀 틀린 디자인의 공기청정기가 있었다. 이와 함께 나에게 현재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는 ‘청풍무구’라는 브랜드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딸은 나 모르게 브랜드 개발과 디자인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제품과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내게 허락을 맡기 위해 그런 놀랄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놀랐지만, 딸이 마련한 비밀 이벤트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했다. 딸이 브랜드와 디자인적인 측면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면, 나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내가 청풍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작업한 공기청정기의 기술에 딸이 심혈을 기울인 디자인으로 포장해서, 청풍무구라는 이름으로 2003년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청풍무구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매출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시장이 매년 100% 이상씩 성장했다. 특히 ‘웰빙’이라는 시대적인 트렌드와 새집증후군이라는 이슈는 공기청정기 시장 성장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시장이 성장하다 보니, 힘있는 경쟁자들이 하나씩 둘씩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기하는 주변인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청풍은 작년 말까지 크고 작은 시련을 겪게 되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믿음과 신뢰로 소비자, 관련 업체들을 대했던 청풍은 다시 한번 믿음과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청풍을 믿고 있는 소비자들은 어떠한 시련에도 청풍이라는 회사를 격려해 주었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사랑에 힘을 얻어서 차츰 회사는 안정화됐다.
이제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나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이 되면서 6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언가게 또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회사에 들르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발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직도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는 제품화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개발한 신기한 제품들이 많이 있다. 글로써 보여줄 수 없어 조금 아쉽지만, 보면 재미있어 할 만한 제품들이다.
나는 항상 누군가를 위해 제품을 개발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내가 필요한 곳에서부터 제품 개발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나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좀 더 열정적으로 제품 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내게 필요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써도 문제가 없는 그런 제품들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내가 즐기는 ‘술’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사실 술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게 되고, 막말로 나라가 망해도 술 사업은 망하지는 않는다. 항상 ‘건강’이라는 단어와 ‘국내 토종 지키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는 술 사업 쪽에서도 ‘전통주’에 대한 사업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이 끝나자 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전통주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chungpung@chungpung.com